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속된 사람만 여럿이고 징계를 받고 자리를 보전치 못한 금융회사 임직원들도 수두룩하다. 정치권 연루설은 적정 선에서 꼬리가 잘려 사태가 더이상 확전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금융 스캔들중 몇 손가락 안에 들만한 사건이다. 라임자산운용 이야기다.그 파장이 넓고 깊었음에도 어느 정도 정리는 됐다. 관련자 징계도 마무리 절차고 판매사들이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보상해야 할 금액도 윤곽이 나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투자자들과 프라이빗뱅커(PB)간 송사다. 일부 은행 투자자가 라임을 비롯해 사모펀드 피해를 봤다며 PB 개인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기존과는 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를 상대로 하는 다툼이 아니고 또 감독당국이 중간에 끼는 게 아니어서 PB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민사소송은 PB 개인에게 엄청난 부담이고 압박이다. 투자자별 피해금액이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다보니 PB 개인 인생사까지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받는 징계 수준을 넘어 개인의 재산까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속된 회사에서 도와줄 수도 없다. 개인 민사소송을 지원할 경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배임 이슈가 생길 수 있다. PB들로서는 외로운 투쟁이다.
금융회사별 혹은 투자상품별로 적게는 60%, 많게는 100%까지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왜 PB를 타깃으로 삼은걸까.
이유는 있다. 소송을 당한 금융회사의 보상비율이 100%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PB를 압박해 보상비율을 더 끌어 올리려는 의도다.
그런데 굳이 왜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민사소송일까. 이는 사실 PB를 노렸다기보다 그가 속한 회사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보는 게 맞다. 민사소송 이야기를 전한 고위 임원은 '인질용'이라고까지 표현했다. PB 개인을 못 살게 굴면 그 회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질용이라 하면서 전한 뒷 이야기는 더 씁쓸하다. 민사소송을 낸 사람들 대부분이 법조계에 몸담고 있거나 법조계 네트워크가 확실해 소송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건질 게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인질용' 민사소송이라는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피해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금액이 크다 보니 조금이라도 보상을 더 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차 한잔 하며 인생사로 담소를 나누었던 관계가 너무 냉정하게 돌변한 듯 하여 씁쓸함 따름이다. 자산가들의 투자자금 10억원과 직장인에게는 전재산일지도 모를 생활자금 10억원은 너무 큰 괴리감을 준다.
이 정도 되면 라임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가 PB들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피해금액을 보상해야 하는 금융회사와 피해자들 사이에 PB들이 끼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PB들의 외로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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