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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리스크에 유통시장도 촉각…IPO 일정·밸류 '난항' [Market Watch]불안 심리 확대, 투심 위축 우려…공모주 투자 회수 '첩첩산중'

최석철 기자공개 2021-09-27 10:22:2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3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헝다그룹 파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 역시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렸지만 당장 글로벌 금융시장 시스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중국 정부의 개입 시점과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중장기적으로 유동성 장세의 끝을 앞당길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들어 이미 한풀 꺾인 공모주 시장의 투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추석연휴에 소나기 피한 국내 증시, 규제 리스크 부담은 여전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기간에 국내 증시가 휴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헝다그룹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중국 헝다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 증시를 비롯해 각국 주요 증시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헝다그룹이 역내 채권이자를 제때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안도감을 찾으며 23일 전반적으로 반등세를 기록했다.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 리스크는 증권가에서는 새삼스러운 이슈가 아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중국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감안해 올해 6월 중국 헝다그룹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미 충분히 시장에서 예견됐던 사안으로 헝다그룹의 파산이 연쇄 부도로 이어지지 않는 한 현재 중국 금융시스템 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잠재됐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헝다 신용등급 강등, 디폴트 리스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채권시장, 은행간 초단기 금리(SHIBOR)는 하향안정세를 이어왔다”며 “연휴 동안 헝다그룹 디폴트 리스크에 의한 글로벌 위험자산 충격은 심리적 불안에 기인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일각에서는 미국, 유럽 등과는 달리 중국 경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한달간 별다른 상승 재료를 찾지 못한 채 3100~3200대 박스권에 갖혀있던 코스피지수 역시 단기 변동구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헝다그룹 이슈 자체의 충격도 크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기조 변화에 대한 우려도 변수로 꼽혔다. 최근 중국 정부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빅테크·플랫폼 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 이슈가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흐름으로 국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국내 증시의 투심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 정부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해 지배구조와 규제 강화 기조로 선회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향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각국 정부의 규제 강도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이번 사태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요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중국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민간 경제부문의 경제활동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민간부문을 위축시키고 헝다그룹의 부도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될 수 밖에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헝다 리스크' 투심 위축 촉발제 되나...공모 일정 '골머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따상’과 ‘따따상’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광풍에 가까운 열기를 보였던 IPO 공모 시장 역시 위축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전통적으로 공모주는 주식 유통시장 흐름에 동행하는 흐름을 보인다. 시장 수급이 좋지 못하면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사그라든다. IPO 이후 유통시장 회수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모주 시장의 투심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당초 IB업계에서는 공모주 시장의 활황세를 두고 올해 10월을 고점으로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공모주 투심을 얼어붙게 만드는 이슈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유동성 장세가 끝나는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파른 증시 회복세가 점차 더뎌지고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페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공모주 투자자의 눈길을 잡아둘 대어급 IPO 역시 이미 줄줄이 순연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묻지마 투자’ 수준의 공모주 시장 활황세가 이어졌지만 8월 이후부터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상황”이라며 “기관투자자 역시 물량을 받기 위한 상단 베팅보다는 실제로 언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모를 앞두고 있는 상장예비기업 역시 주관사단과 밸류와 공모 스케쥴을 확정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어급 IPO보다는 중소형 IPO가 직접적인 투심 위축을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만간 시장 분위기가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낙관하긴 어렵다.

대어급 IPO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수천억원이 넘는 공모액을 모집해야하는 만큼 유통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대어급 IPO 역시 점차 사그라드는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적기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내년으로 미룬다고 시장이 더 좋아질 가능성도 낮은 만큼 연내 상장에 대한 의지는 그대로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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