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태계']중고차시장 진출, 충성고객 늘리는 '새로운 유입구'①'편의성·익숙함' 통해 생태계 흡수...상호작용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필수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28 09:34:31
[편집자주]
중고차매매업 진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랜 소망 중 하나다. 2013년 이래 단단히 잠겨있던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자 쉼 없이 노크하며 들어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단순히 '30조원'이라는 시장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단 생태계 완성을 위한 하나의 퍼즐이란 점이 설득력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을 지속가능하게 할 '자동차 생태계'의 요모조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7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애플(Apple)은 '충성고객'이 많기로 유명하다. 시장조사업체 셀셀(SellCell)이 올 3월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의 91.9%가 휴대폰 교체시 다시 아이폰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동일한 조사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폰 유저는 74%만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견고한 충성도는 애플이 쉬지않고 혁신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경쟁사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부러움을 사는 요소기도 하다. 각종 전자기기를 넘어 미개척분야인 애플카 개발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던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고객들은 왜 애플에 열광할까. 다수의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바탕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망라해 촘촘하게 짜여있는 '애플 생태계'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애플화(化)' 돼 한번 발을 들이면 빼려야 뺄 수 없다는 의미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은 남들보다 먼저 신기술을 개발하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오래토록 지속가능하게 하는 건 새로움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상 속에 스며든 '편의성'과 '익숙함'이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한눈 팔지 않도록 만드는 것, '자동차 생태계' 조성을 꿈꾸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추구하는 목표다.
◇'끈끈한' 애플 생태계, 상호 연동·호환이 핵심
현대차그룹은 수년째 중고차매매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당의 중재로 중고차업계와 함께 꾸렸던 협의회의 활동이 최근 빈손으로 끝났지만 머잖아 시장이 열릴 거란 기대는 여전하다.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안을 고민하며 일부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등 소득이 아예 없진 않았다. 대기업에 길을 터줘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소비자 여론도 든든한 뒷배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판매는 단순히 사업목적을 하나 추가해 매출 확대에 나서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보단 '숲'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의 카라이프(Car-life) 전반을 책임지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는 단계에 있다. 중고차사업은 이들이 만들려는 '자동차 생태계'의 일부가 된다.
생태계 조성과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은 고객이다. 기업이 아무리 환경을 잘 만들더라도 이용자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일단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이끌 매개체, 쉽게 말해 생태계로 들어오게 만들 입구가 필요하다. 애플의 사례에서 아이폰과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하드웨어적 요소를 들 수 있다. 입구는 다다익선이다. 그중 하나라도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면 생태계 유입으로 이어진다.
고객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생태계의 진가가 발휘된다. 애플은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각종 하드웨어들을 엮어 끈끈한 상호작용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 애플 제품들은 아이클라우드 등을 통해 모두 연동돼 각종 문서와 자료 공유가 가능하다. 별도의 추가 프로그램 설치없이 음악과 팟캐스트 청취도 할 수 있다.
기기간 상호호환은 아이폰 유저가 맥북과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애플워치를 차도록 만든다. 한번 애플의 '맛'을 본 사람들은 그 편리함과 안정감에 취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쳐다도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애플은 끊임없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생태계의 범위를 확장해나간다. 니즈가 생길 때마다 업데이트도 빼먹지 않는다. 유저의 규모가 커질 수록,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가 많아질 수록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용자 수 증가는 사용자경험(UX)에 바탕을 둔 데이터 분석도 가능하게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소프트웨어 개발, 지속가능한 車 라이프스타일 제공 '목표'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고객을 실질적인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 소비자들 역시 현대차와 기아 엠블럼이 달린 차를 타면서도 생태계의 구성원이 됐다는 끈끈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정보의 비대칭이 만연한 '깜깜이' 시장에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는 경우가 흔했다. 제조사로선 차량 이미지 악화 등에서 억울함을 느껴온 부분이다.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기본적으로 고객과의 접점이 확대된다. 자체 기준에 따라 검증된 차량을 판매하고 고객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기존 신차 고객 외에 새로운 소비자군을 생태계에 합류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고객 역시 제조사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중고차매매업 진출이 단순히 중고차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그치지 않을 걸로 본다. 오늘 중고차시장에서 유입된 고객이 내일의 신차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잠재 고객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는 의미다. 특히 긍정 경험은 충성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돌이켜보면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제네시스는 경쟁사에게 잠재적 고객을 뺏기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럭셔리 브랜드를 원하는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제네시스'가 없었다면 현대차 생태계에 발길을 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편입됐다는 의미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 라인업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친환경차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생태계를 확장해 기존 고객들의 이동을 돕고 신규 수요도 잡으려는 의도다.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보틱스 등 자동차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빌리티 전반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도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같은 하드웨어적 요소만으론 생태계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소프트웨어가 더해져야 더욱 조직이 촘촘해져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고객 중심의 편의성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작년 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앱티브와 모셔널을 설립하고 싱가포르에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작업의 일환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을 체계화해 지속가능한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제공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의 생태계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그 틀에서 벗어났을 때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중고차 시장 진출은 관리하는 차량 대수를 늘려 커넥티드카 환경 조성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다. 수집 가능한 데이터 양이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수의 기업들과 손잡고 확보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각종 차량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가공과 분석 등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하겠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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