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투자증권, 사업확장 실탄 필요…자본확충 갈증 지속 [틈새 노리는 강소 증권사]③증자·감자로 최소 자본적정성 유지…내년 유증 검토, 규모와 시기 고심
최석철 기자공개 2021-10-13 08:00:00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지형이 초대형사를 중심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신생 증권사나 소형사는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색다른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며 도전장을 던지는 증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숨 막히는 생존 경쟁 속에서 적은 자본으로도 자신만의 특화 영역·서비스를 구축해가며 강소 증권사를 목표로 걸어가고 있다. 신생·소형 증권사의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7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R투자증권이 사업영역 확장에 따라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제자금 확보와 자기자본 투자 등 자본여력을 활용해야 한다. 증권사 전환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증자와 감자를 통해 적정 자본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점차 한계가 느껴질 시기다.이익잉여금을 토대로 순차적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외부 자금조달이 이뤄져야할 필요성이 크다. KR투자증권 역시 증자 방안을 검토했지만 그 시기와 규모에 대한 적정성을 놓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부분자본잠식 해소...이인혁 대표 SPC '제이와이' 설립, 추가 증자 포석
KR투자증권은 2018년 말 KR선물에서 채권 전문 증권사로 전환한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영업 확대를 위한 기초체력을 다져왔다. 증권사 영업의 핵심은 자본과 사람(영업인력), 라이선스가 꼽힌다. 현재 라이선스와 사람은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지만 자본규모의 한계가 최대 고민거리인 이유다.
KR투자증권은 증권사 전환 직후인 2019년 초 당시 액면가액(500원)을 밑도는 주당 120원에 유상증자를 추진해 한국거래소가 제시하는 최소 자본요건을 충족했다. 거래소는 채권 영업을 다루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1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인혁 KR투자증권 대표이사와 새서울석유, 에이원자산운용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104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KR선물 시절 53억원에 불과했던 자본총계는 161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1월에는 액면가액을 500원에서 150원으로 변경하는 감액 방식의 감자가 이뤄졌다. 당시 KR투자증권은 KR선물 당시 누적된 결손금으로 자본금이 자본총계를 웃도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었다. 결손보전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었다.
2020년 6월에는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졌다. 이인혁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이와이 주식회사가 이 대표의 지분 30.6% 중 30.2%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실질적인 대주주 변경이 아닌 향후 증자를 추진할 때 원활한 절차를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같은 해 7월 KR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제이와이를 중심으로 47억원 규모의 두 번째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액면가액과 같은 수준인 주당 150원에 증자가 이뤄졌다. 최대주주인 제이와이뿐 아니라 KR투자증권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합류한 임원 상당수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소수 지분을 확보했다.
연이은 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KR투자증권은 부분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정상화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2021년 6월말 기준 KR투자증권의 자본총계는 297억원이다. 자본금은 242억원이다.
◇영업 확대 속 자본여력 한계↑...중장기 성장 위한 증자 구조 논의 지속
다만 그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추가 증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기간에 KR투자증권은 영업력을 강화하면서 가파른 수익 확대기에 접어들었지만 자본여력의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의 적정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영업을 확대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증권사의 경우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유통금융을 활용해 결제자금을 융통할 수도 있지만 KR투자증권은 이조차 어렵다. 한국증권금융은 최근 3개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금을 대출해주는데 KR선물 시절이 포함되면서 자금을 빌리기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형 증권사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이에 KR투자증권은 올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증자 규모와 방식을 놓고 고심이 이어지면서 내년으로 미뤄졌다.
과거 증권사 전환 직후에는 유상증자 할인발행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으로선 할증발행 가능성이 높다. 현재 KR투자증권의 주식은 K-OTC 시장에서 주당 180~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보다 낮은 액면가액(150원)으로 증자를 하기에는 마뜩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적정 가격을 놓고 투자자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소규모 증자를 통해 당장 영업의 숨통을 틔우는 방안과 단번에 좀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는 방안 중 어느 쪽이 중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될지도 고민거리다. 종합 증권사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어떤 성장경로를 선택할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최대주주의 자금 여력이 그리 넉넉하지만은 않다는 점 역시 증자를 진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최대주주인 이인혁 대표가 유상증자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왔지만 계속해서 수십억원의 개인 돈을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수목적법인인 제이와이를 설립한 이유 역시 이와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 KR투자증권의 증자에 직접 참여하는 투자자를 유지하는 방식과 동시에 최대주주인 제이와이가 증자를 실시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일종의 우회 투자 통로다.
이인혁 대표가 현재 제이와이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증자로 야기되는 지분율 희석 문제도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KR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 확충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항”이라며 “내년이 되면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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