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받은 HK이노엔, 리파이낸싱보다 완판이 우선 [발행사분석]업황 침체로 A등급 발행사 미매각 속출…금리 메리트도 크지 않아
강철 기자공개 2021-10-20 15:21:58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9일 14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K이노엔이 지난 8월 코스닥 입성 후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최대 2000억원을 마련해 지난해 CKM과 합병 당시 승계한 인수금융 차입금을 일부 상환할 계획이다. 현재 3.3~3.5% 수준인 차입금의 금리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목표다.다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얼어붙은 회사채 업황은 원활한 리파이낸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HK이노엔이 본 평가에서 받은 A- 등급을 거론하며 완판만 해도 성공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IPO 후 첫 공모채 시장 찾아
HK이노엔은 오는 20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4회차 회사채의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모집액 1500억원을 2년물 500억원, 3년물 1000억원으로 나눠 주문을 받는다. 모집액을 초과하는 주문이 들어오면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2·3년물은 HK이노엔이 지난 8월 코스닥 상장 후 처음으로 발행하는 공모채다.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이후 약 1년 8개월만에 다시 찍는 크레딧물이기도 하다. 작년 3월에는 3년물로 500억원을 조달해 CJ헬스케어 시절 발행한 사모채를 차환했다.
상장 후 첫 공모채로 마련하는 자금은 전액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투입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2020년 4월 모회사인 CKM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잔여 인수금융 차입금 4800억원을 승계했다.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 M&A를 위해 2018년 4월 설립한 CKM은 당시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금융사 14곳으로부터 6000억원을 차입했다.
HK이노엔은 잔여 채무 4800억원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리파이낸싱을 올해 본격 시작했다. 지난 8월 IPO 과정에서 마련한 공모자금 335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을 인수금융 차입금을 갚는 데 투입하기도 했다.
꾸준한 채무 감축 노력을 단행한 결과 합병 당시 4800억원이던 인수금융 차입금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2815억원으로 감소했다. 잔여 채무의 평균 금리는 3.3~3.5%다. HK이노엔이 이번 회사채로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예측에서 3% 이하의 절대금리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IPO 후 첫 공모채 시장 찾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2·3년물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 긍정적'으로 매겼다. 대형 품목 현황과 EBITDA/매출액은 AA 등급에 준할 정도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IPO를 통해 개선한 현금흐름은 긍정적 아웃룩의 핵심 근거로 꼽았다.
다만 인지도, 영업력,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재무 안정성 등은 BBB등급 수준으로 열위하다고 봤다. 특히 지난 6월 말 기준 9.4배까지 상승한 순차입금/EBITDA는 BB등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시장에선 A등급 끝단에 있는 크레딧을 거론하며 수요예측 흥행이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로 업황이 급격하게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라 과연 A- 등급으로 완판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등급 발행사의 잇단 수요예측 참패는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회사채 프라이싱을 실시한 풀무원식품, DTR오토모티브, 우리종금은 모두 미매각을 겪었다. 그나마 완판에 성공한 ADT캡스도 목표액보다 400억원 많은 10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종금의 경우 1년 6개월물로 수요예측을 했음에도 미매각이 났다"며 "시황이 극도로 침체되는 와중에 A등급 회사채의 가격이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 사이에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HK이노엔이 긍정적 아웃룩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래도 A-등급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매입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며 "크레딧 시장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섹터인 제약사라는 점도 디스카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드러지지 않는 금리 메리트도 수요예측 흥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지난 14일 기준 HK이노엔 회사채의 개별 민평금리는 2년물 2.406%, 3년물 2.805%다. 같은 날 A- 등급 민평금리는 2년물 2.708%, 3년물 3.150%다. 2·3년물 모두 등급이 개별보다 30bp가량 금리가 높다.
시장 관계자는 "이러한 업황에서 A등급 회사채가 투자자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금리로 투심을 자극해야 한다"며 "HK이노엔이 제시한 조건만 보면 금리 메리트가 전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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