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약관에 없는 '400억' 보상…주주가치 영향은 최장 장애시간 10배 보상 '일괄 적용', '배임·주주가치 훼손' 비판 여지
최필우 기자공개 2021-11-02 08:36:53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최근 인터넷 서비스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에 최대 400억원을 쓴다. 신속한 집행을 위해 약관에 근거하지 않은 보상안이 마련됐다. 보상 금액을 키우고 비판 여론을 잠재운다는 계산이지만 자칫 주주 배임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남겼다. 명확한 보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주주가치 훼손 비판 여지도 있다.1일 박현진 KT 네트워크혁신TF 전무(사진)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KT 인터넷 장애 재발방지대책 및 고객보상안 발표' 간담회에서 "총 피해보상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적으로 계산을 마치지 않았지만 350억원에서 4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보상 기준은 약관에 관계 없이 수립했다"고 말했다.
KT는 무선, 인터넷, IP형 전화, 기업상품 이용자에게 보상하기로 했다. 무선 서비스에는 테블릿PC, 스마트워치 등 추가 단말도 포함된다. KT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과 재판매 인터넷 고객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은 지난 25일 전국에서 발생한 인터넷 장애 중 최장 시간인 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 특히 피해 규모가 컸을 것으로 추산되는 소상공인의 경우 이용 서비스의 10일치 요금을 기준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KT는 별도의 접수 절차 없이 12월 청구되는 11월 이용 요금에서 보상 금액을 일괄 감면하기로 했다.
이번 보상안은 지난 29일 열린 KT 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이사회는 서비스 이용 약관에 근거하지 않은 보상안을 의결했다. 피해가 광범위한 데다 개별적인 피해 사례를 수집해 보상 근거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전국적 인터넷 장애에 대한 마땅한 보상안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도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로 한 배경이다.
하지만 약관에 근거하지 않은 보상안은 배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KT는 별도의 근거 없이 '넉넉한 보상'에 초점을 맞춰 최장 장애 시간의 10배를 적용했다. 개별 피해 사례에 따라 보상금이 적게 집행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고객은 피해 금액 대비 높은 보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안이다. 이같은 보상 방식은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배임 해석이 확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주가치 훼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연간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일회성 비용 400억원이 경영에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이익을 창출하는 유무선 통신사업에서 유사한 리스크가 재차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주주가치까지 고려한 보상 체계 정립이 우선시 될 필요가 있었다.
KT 관계자는 "많은 불편 호소가 있었지만 피해를 개별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이해 바란다"며 "배임 해석 관련해서는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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