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생보업 판도변화]10% 깨진 삼성, 애먹는 교보·한화…떨어지는 신계약률⑧하나·ABL·AIA생명 등 군소업체 약진, 보유액 작아 순위 영향력은 미미
김민영 기자공개 2021-11-17 07:33:05
[편집자주]
과거 고금리 시절, 생명보험사는 모기업에 현금을 공급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현재, 보험사들은 주어진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데 골치를 앓고 있다. 십 수년 간 유지돼 온 ‘빅3’ 중심의 경쟁 구도도 금융지주가 앞장선 M&A가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보험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1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보험업계는 2015년부터 신계약률 하락 현상을 겪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삼성생명은 신계약률이 10%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신계약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보험상품 판매가 부진하다는 의미로 포화된 보험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반면 같은 기간 고객이 보험을 해지하는 효력상실해약률은 업계 평균 9%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두고 생명보험회사마다 뺏고 뺏기는 경쟁을 반복하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준다. 뚜렷한 대안 없이 협소한 시장 내에서 업계의 출혈 경쟁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형사, 중·소형사 모두 추세적 하락세
11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영업 중인 22개 생보사들의 평균 신계약률은 작년 말 기준 9.41%를 기록했다.
신계약률은 연초 보유계약금액 대비 새로운 계약을 통해 들어온 보험료 비율을 뜻한다. 금감원이 신계약률을 집계하는 이유는 개별 생보사와 업권 전반의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지 가늠하기 위함이다. 개별 회사보다는 업권 전체 신계약 추이를 보는 데 주로 쓴다.
2013년 말 18.87%이던 신계약률은 2014년 말 22.72%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5년 말 업계 평균 신계약률은 21.69%로 전년 대비 1.03%포인트 떨어졌다. 신계약률은 2016년 말 20.38%에서 2017년 말 16.81%로 20%대가 깨졌다. 이후 2018년 말 15.37%, 2019년 15.98%, 작년 말 15.70%로 15%대 선에 머물고 있다.
대형사들의 신계약률은 평균에 미치지 못한 신세다. 2014년 말 13.46%이던 삼성생명의 신계약률은 2016년 말 9.67%로 내려온 뒤 작년 말 9.28%까지 8~9%대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11.24%에서 10.26%, 14.70%에서 11.42%로 신계약률이 하락했다.
중형사에 속하는 NH농협생명이나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등의 신계약률도 2015년 말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작년 말 기준 12~14%대로 평균에 미달했다.
이런 추세적 하락 속에 DGB생명이 신계약률 30~4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2016년 말 신계약률 50.24%를 기록하는 등 타사들에 비해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에도 39.64%로 신계약률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보유계약금액과 신계약 금액이 각각 235억원, 93억원으로 덩치가 작은 편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보유계약금액이 6036억원, 신계약 금액이 560억원에 달한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보유계약금액과 신계약 금액 역시 3087억원·316억원, 2921억원·333억원으로 DGB생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크다.
그럼에도 DGB생명은 효력상실해약률도 6.21%로 업계 최저 수준이어서 규모가 작은 회사임에도 영업력이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 하다.
신계약률이 오른 생보사도 있다. 하나생명과 외국계인 ABL생명, AIA생명인데 이들은 보유계약금액이 작다는 특징이 있다. 작년 말 기준 하나생명의 보유계약금액은 65억원, 신계약 금액은 13억원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ABL생명의 보유계약금액은 약 573억원, AIA생명은 851억원이다. ABL생명과 AIA생명의 신계약 금액은 각각 153억원, 216억원을 기록했다.
◇보험가입 정체기 속 해결책 ‘요원’
2015년 말 이후 생보업계의 신계약률이 하락 추세인 건 시장포화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대부분의 고객이 이미 생명보험이나 저축보험, 퇴직연금보험, 종신보험 등 생보사의 주요 보험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의 ‘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명보험의 가구 가입률과 개인 가입률은 각각 80.9%, 72.7%에 달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적어도 1개 이상의 생명보험 상품에 가입 중이라는 뜻이다. 생보사들이 서로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효력상실해약율은 2014년 말 10.16%를 기록한 뒤 2015년부터 작년까지 9%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상품 가입 후 10명 중 1명은 만기 전 해지를 한다는 얘기다.
2016년부터 본격 추진 중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준비도 신계약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생보사 대표 상품이던 저축성 보험은 새 회계기준 도입 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돼 생보사의 자본비율이 떨어지는 부담을 준다. 또 저축성 보험은 설계사 등 대면채널이나 방카슈랑스로 판매하는 비중이 높아 수수료 지출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생보업계는 규모가 큰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보장성 보험은 종신보험, CI보험, 암보험, 건강보험, 질병보험 등 사망·상해·입원·생존 등과 같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 피해와 관련해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공하는 상품을 말한다. 거둬들이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금액으로 계산하는 신계약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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