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상반기 자본증권 발행 '원활'...연간 3.7조 조달 [Adieu 2021]3년 누적 12조 돌파...코로나19 대비 선제적 실탄 비축, 투자 여력도 제고
오찬미 기자공개 2021-12-10 15:09:41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8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가 올해에도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대거 발행했다. 다만 지난해 자본인정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전년 대비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했던 탓에 올해에는 지난해 대비 발행 규모가 감소했다.금리가 안정적이던 상반기를 중심으로 모집액을 늘렸다. BIS총자본비율 제고와 함께 비은행부문을 강화할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자본을 꾸준히 확충해 코로나19 타격을 버틸 만큼의 재무적 버퍼를 확보해뒀다. 그러나 은행부문 전망이 흐려지면서 보험, 증권업 등 비은행부문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지주 발행물량 3년 연속 3조 돌파…금리 안정된 상반기 딜 몰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금융지주가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은 모두 3조772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자본증권이 발행됐다. 최근 3년간 누적 발행액은 1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금융지주들의 조달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상반기에만 전체 금융지주 자본증권 61%가 발행됐다. 연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매력이 부각돼 리테일 투자자 매칭이 잘 이뤄졌다.
AA급의 금리가 1%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자본증권의 경우 2~3%대의 금리가 형성돼 있어 금융지주사의 채권을 고금리에 조달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공모 회사채 시장이 위축됐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도 부진하다가 하반기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핸디캡이 없었기에 조건부자본증권이 상반기부터 활발히 발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가 올해 첫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나서서 발행 물량을 끌어올렸다. 총 세차례 조달을 강행해 나홀로 1조원 이상의 실탄을 비축했다. 지난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자본 인정 비율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올 상반기 BIS총자기자본비율은 16.03%까지 상승했다.
5대 금융지주가 발행한 물량만 3조9100억원이다. KB금융지주 1조1450억원, 하나금융지주 9100억원, 우리금융지주 4000억원, 신한금융지주 6000억원, NH농협금융지주 3670억원 등이 발행됐다. 이밖에 메리츠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도 각각 27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3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던 BNK금융지주는 올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재개하지 않았다. 올해 조기상환 차환 수요가 없었던 데다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조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BIS비율 제고 효과 '상당'
코로나19 장기화가 전망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자본성증권 발행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는 발행시장의 분위기가 이어져 추가 조달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부터 투자 및 자회사 지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조달이 재개될 전망이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대적 고금리인 자본성증권의 발행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 금리가 상반기 대비 약 100bp 상승하면서 AA급의 우량채 금리가 3%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완판은 돼도 흥행으로 부각되기에는 부족한 성적표를 거두며 분위기는 한풀 꺾였다.
지난해 발행을 쉬어갔던 NH농협금융지주도 이같은 이유로 올해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합류했다. 부채 시가평가를 앞두고 보험 계열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점도 선제적으로 금융지주의 지원력을 키우게 한 요인이다.
우리금융지주 등은 향후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면서 선제적으로 자본 인정 비율을 높이고 있다. 증권사 인수 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2019년과 2020년 각각 2조원, 1조원에 달하는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올해에도 적극 투자 여력을 키우면서 대형 증권사에 대해서도 인수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비은행 계열사 지원에 대비해서도 선제적으로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투자와 여신전문 자회사인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등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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