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회사 전환]‘비철강맨’ 최정우 회장, 투자형 지주사 SK㈜ 모델 따를까신성장동력 초점 사업구조 재편 차원
박상희 기자공개 2021-12-10 12:03:56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9일 13: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은 언제부터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뒀을까. 지난해 12월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이 내건 비전이나 중기 경영전략에도, 3년 전인 2018년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에도 지배구조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비철강맨’ 출신인 최 회장은 역대 회장 중에서도 유독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동력 투자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주사 전환으로 인해 포스코가 지주부문(비철강 투자)과 사업부문(철강)으로 기업분할 된다고 보면 지배구조 전환은 미래 신사업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최 회장의 의도로 파악된다.
최 회장은 역대 포스코그룹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눈에 띄는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다. 20년 만에 탄생한 비(非) 서울대, 첫 비 엔지니어 출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CEO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까.
◇지배구조 개편 아닌 철강 주력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 풀이
포스코는 지난해 ‘2020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우수 기업’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국내 상장회사 908개와 비상장회사 55개를 대상으로 이뤄진 지배구조 부문 평가에서 포스코는 3년 연속 최고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다.
굳이 수상 이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포스코의 지배구조는 딱히 문제 삼을 게 없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상호출자나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경우가 많았다.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그 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뜻한다. 포스코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위만 갖추지 않았을 뿐 포스코그룹 지배구조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코가 굳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뭘까. 지주사 전환이 최정우 체제에서 시도된다는 점에서 그가 대외적으로 밝혀온 포스코그룹의 비전과 청사진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그룹의 핵심은 '철강'이지만 역대 회장들은 그룹 차원의 성장을 위해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발굴에 힘써왔다. '비철강맨'으로 주목 받은 9대 최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사에서 포스코그룹에서 영위하는 사업도 철강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최 회장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집념이 취임 이후 갑자기 발동한 것은 아니었다. 전임자였던 권오준 전 회장은 2018년 4월 '포스코 100년을 위한 신사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는데 당시 가치경영실장과 가치경영센터장을 지낸 최 회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사업 육성전략은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된 것인데 주력인 철강사업 외에 무역, 건설, 에너지, 정보통신기술 등 인프라분야를 육성하고 에너지저장소재, 경량소재 등을 새 성장분야로 키운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최정우 2기 체제는 ‘혁신(Innovation)과 성장(Growth)’을 모토로 내세웠다. 포스코의 중기(2021~2023년) 경영전략은 모태인 철강뿐 아니라 글로벌인프라(비철강)·신성장 부문(이차전지소재사업 및 수소사업)에도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
◇ESG 시대, 철강 그림자 벗어나기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철강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12년 연속 1위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철강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강사업이 저성장 고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환경이 강조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시대에 철강은 환영받지 못하는 산업군이기도 하다. 철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산업군이다. 포스코그룹이 철강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인용하자면 포스코(새)는 알(철강)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은 철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최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2019년부터 포스코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는 포스코포럼의 올해 주제는 ‘친환경 소재로 100년 기업의 길을 가다’였다. 탄소중립과 ESG경영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등장과 코로나19 이후 도래할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 성장전략을 조망하는 자리는 철강보다는 친환경 소재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장에선 포스코의 기업 분할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에 따른 장단점이 있지만 철강을 따로 떼어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지주회사가 미래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책임진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지주사 전환은 비철강과 신사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이 SK㈜를 롤모델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SK㈜는 올해 주총에서 지주회사를 뜻하는 'Holdings'를 과감하게 떼어내면서 눈길을 모았다. SK㈜는 2015년부터 기존 순수 지주회사, 사업형 지주회사가 아닌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했다. 그 뒤 최근까지 매년 1조원가량을 미래 먹거리에 투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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