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체 명가' 디엔에프, R&D로 중원싸움 전열 재정비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열전]①2001년 설립, 삼성전자 DPT 재료 과점공급자…특허 견제 뚫고 품목 확대 잰걸음
대전=조영갑 기자공개 2021-12-21 08:58:13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품목 배제로 촉발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거스르기 힘든 순류(順流)를 만들었다. 특히 일본이 정면으로 겨눈 반도체 섹터는 각고의 연구개발(R&D)을 거치면서 국산화 기대주를 다수 배출, '자력갱생' 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노리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대주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6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리커서(전구체) 국산화는 이미 오래 전 달성한 목표다. 이제 국내에 머무르는 국산화 유망주가 아니라 글로벌 케미컬사와 경쟁하는 '리딩 컴퍼니'를 지향하고 있다."14일 대전 디엔에프 본사에서 만난 김명운 대표는 디엔에프를 '국산화 유망주'로 규정 짓는 시각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른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디엔에프는 2005년 Al CVD 전구체 개발에 성공해 삼성전자에 공급한 전구체 부문 선도기업이다. 당시 미국·일본 케미컬사가 주름잡던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2001년 설립된 디엔에프(옛 디엔에프솔루션)는 KAIST 화학과 박사를 거쳐 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촉매개발팀장을 역임한 김 대표의 'R&D 테크'로 출발했다. 2000년 초반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반도체 시장이 확장기를 맞으면서 소자 박막층착용 전구체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됐고, 갓 설립된 디엔에프가 R&D 역량을 앞세워 삼성전자의 파트너로 낙점됐다.
이후 디엔에프는 최대 고객사 삼성전자와 끈끈한 협업관계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전구체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전구체는 유기금속 화합물로, 반도체 전공정 중 박막을 증착하기 위한 재료다. 집(반도체 소자)을 짓기 위해 설계도(노광)를 그린 후, 쌓아 올리는 과정(증착)에 필요한 벽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칩의 성격이나 스펙에 따라 화합물의 구성도 달라진다.
디엔에프의 전환점은 2006년이다. 양산 레퍼런스 부족으로 공급망이 없었지만 국내 테크 중 가장 먼저 Al CVD(화학기상증착) 전구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납품을 개시했다. 연구소에서 제조사로 탈바꿈한 셈이다. 외산이 장악하던 관련 시장에 처음으로 'Made in Korea' 전구체를 출시했다. 여세를 몰아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사세 확장의 발판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전구체의 종류가 반도체 선단과 스펙에 따라 다종다양한데, 당시 알루미늄(Al) 배선재료를 처음으로 양산 공급하면서 전구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면서 "이후 전구체 아이템을 순차적으로 늘리면서 국내에서 주요 밴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Al CVD 전구체 양산을 시작으로 2007년 ACL용 박막재료, 2010년 SOD(Spin-on Dielectrics) 재료 등 다양한 전구체를 개발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모은 디엔에프의 효자는 단연 'DPT(Double Patterning)' 전구체다. DPT는 두 번에 나눠서 노광하는 방식(더블패턴)으로, 회로 구조가 복잡한 비메모리 등에서 각광받는 공정이다. 밀도가 높아지는 만큼 전구체의 수요도 늘어난다.
미국 버슘머트리얼즈(Versum Materials)가 독점하던 시장을 디엔에프가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이원화했다. 삼성전자 내 공급망을 버슘과 5대5 양분하고 있다. 버슘은 지난해 글로벌 화학기업 머크(Merck)에 인수되면서 거대 자본을 등에 업었다.
거대 공룡과 경쟁하는 디엔에프의 전략은 '정공법'이다. 연구소 태생답게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코어 테크와 인접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원'에서 겨루겠다는 얘기다. 디엔에프는 매출액의 10% 이상을 꾸준하게 R&D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68억원가량을 경상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매출액(633억원) 대비 11% 비중이다.
DPT 재료와 함께 High-k, HCDS(헥사클로로디실란) 전구체 등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한 것도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한 덕택이다. 보유한 특허권만 100건 이상이다.
다만 최근 디엔에프의 체급이 올라가면서 글로벌 경쟁사들의 '특허 견제'도 한층 거세졌다는 전언이다. 디엔에프의 전구체 관련 특허 레퍼런스가 쌓이고, 스펙을 올리는 방식으로 인접기술을 확장해가자 이를 막는 후발 특허를 남발한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외국업체는 변리팀만 별도로 꾸려 막대한 자금을 쏟는다"면서 "우리가 특허를 내면 관련 특허를 블록(block)하는 방식으로 견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경쟁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디엔에프는 향후 반도체 전공정의 꽃인 '포토레지스트(PR)'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장비업체 램리서치(Lam Research) 등이 양산 개발하고 있다. 웨이퍼에 액상 감광제를 바르는 습식 PR이 아닌 화학기상증착(건식) 방식이다. 기술 난이도가 높지만, 전구체 증착 과정이 유사해 디엔에프가 개발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 진입하면 JSR, 신에츠화학 등 일본 메이커가 독점하는 습식 PR 지형도를 깰 수 있다.
김 대표는 "EUV(극자외선) 공정이 보편화되면 기존 습식 PR과 건식 PR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면서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습식 PR의 기본 원리가 전구체 증착과 유사하기 때문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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