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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켐, 삼양그룹·SI 손잡고 'OCI식' 성장 정조준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열전]②크레센도PE 성장 전략 토대 '유망기업 기술력+중견그룹 자본력' 결합…수년 내 IPO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1-12-07 08:54:12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품목 배제로 촉발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거스르기 힘든 순류(順流)를 만들었다. 특히 일본이 정면으로 겨눈 반도체 섹터는 각고의 연구개발(R&D)을 거치면서 국산화 기대주를 다수 배출, '자력갱생' 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노리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대주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2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켐과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 JSR 같은 톱티어 기업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자본력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정용 핵심소재인 PR 폴리머(polymer) 제조사 '엔씨켐'의 주요 전략적투자자(SI) 관계자의 말이다. 엔씨켐은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식품·화학 중견그룹사 '삼양그룹'과 손을 잡았다.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는 넥서스홀딩스유한회사(넥서스홀딩스)의 구주 상당 부분과 창업주 이창민 대표의 구주 일부를 인수, 엔씨켐 지분 49.92%를 확보한다. 이달 10일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 엔씨켐은 삼양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며 반도체 부문 주력사로 거듭나게 된다.

2018년 약 750억원을 투자한 넥서스홀딩스는 국내 주요 사모펀드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리센도에쿼티)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이번 지분 거래가 완료되면 이 대표의 지분은 약 30%, 넥서스홀딩스는 20%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다.

엔씨켐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자본시장 내에서 이번 거래의 파급력은 크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선 효율적인 성장전략 모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SI 주도 성장전략을 토대로 소재 국산화를 이룩한 제조사의 기술력, 중견그룹의 자본력이 결합한 사례라는 것이다. 엔씨켐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히든 챔피언'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셈이다.

여기에 창업주의 구주 일부가 이동하면서 최대주주 손바뀜에도 불구, 2008년 이후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이 대표의 경영권을 일정 부분 보장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당분간 삼양홀딩스와 이 대표가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거래를 두고 이른바 'OCI머티리얼즈(옛 소디프신소재)식 성장전략'을 거론하고 있다. 소디프신소재는 2000년대 초반 NF3(삼불화질소), SiH4(모노실란) 등의 반도체 세정용 특수가스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중소기업이다. 코스닥 시장을 기반으로 사세를 키우다 2006년 당시 동양제철화학(OCI)이 소디프신소재의 CB(전환사채)를 250억원 가량을 인수하면서 OCI 그룹사로 편입됐다.

이후 OCI그룹은 소디프신소재를 'OCI머티리얼즈'로 사명 변경하고, 특수가스 부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국산화 저력을 바탕으로 모회사의 지원을 업은 OCI머티리얼즈는 2016년 말 매출액 3380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의 글로벌 제조사로 성장했다. 이후 OCI머티리얼즈는 SK에 피인수된 후 사명을 SK머티리얼즈로 바꾸고 NF3 가스를 기반으로 품목 다변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매출액 9550억원, 영업이익 234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가스의 시장성과 소디프신소재의 기술력을 알아본 산은 등의 기관의 역할이 컸다"면서 "소디프신소재가 중견그룹사의 자본력을 업지 못했다면 일본·미국 등의 제조사 위세에 눌려 현재와 같이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그룹의 품에 안긴 엔씨켐은 SK머티리얼즈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룹사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로 공급망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진쎄미켐에 집중된 공급선을 일본(JSR), 미국(듀폰)으로 다변화하고, 국내 엔드유저(삼성전자, SK하이닉스) 향 하이엔드 급 폴리머 생산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582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약 70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번 거래로 반도체 사업 진출의 숙원을 이룬 삼양그룹은 엔씨켐을 중심축으로 반도체 사업부문의 '벌크업'을 꾀한다. 자체 R&D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M&A(인수합병)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화학부문의 시너지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그룹사 첨단소재 사업부문 매출액 목표를 2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크레센도에쿼티와 협력해 수년 내 엔씨켐 IPO(기업공개)도 추진할 방침이다. 크레센도에쿼티(넥서스홀딩스)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취득한 엔씨켐 지분이 상당 부분 남아 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센도에쿼티가 보유한 지분 3분의 2 정도를 삼양홀딩스에 매각하고, 잔여지분을 쥐고 있는 것은 삼양그룹과 손잡고 엔씨켐을 글로벌 제조사로 키운 후 공모시장에서 엑시트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잔여 지분의 가치를 현재 가치의 수 배로 키워 큰 차익을 남기겠다는 계산이다. 엔씨켐은 이번 삼양홀딩스 지분매각 과정에서 약 14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기존 삼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바인더 폴리머, 광개시제 등의 핵심 원재료 포트폴리오에 더해 엔씨켐의 PR 폴리머, 첨가제, 모노머 등의 개발 역량을 강화해 계열사로서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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