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방파제' 디엔에프, 지배력 보강·생산능력 확대 '일거양득'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열전]②삼성전자 210억 지분투자, 김명운 대표 16%대 지분율 보완…전구체 증설 대응
대전=조영갑 기자공개 2021-12-22 07:58:38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품목 배제로 촉발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거스르기 힘든 순류(順流)를 만들었다. 특히 일본이 정면으로 겨눈 반도체 섹터는 각고의 연구개발(R&D)을 거치면서 국산화 기대주를 다수 배출, '자력갱생' 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노리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대주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6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엔에프가 단단한 방파제를 마련한 사건이다."올해 8월 삼성전자가 디엔에프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당시 IB업계 등에서 나온 평가다. 삼성전자는 디엔에프 신주 81만주를 210억원에 인수하면서 7%의 지분율을 확보해 김명운 대표(16.35%)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1년간 보호예수도 설정됐다.
삼성전자가 코스닥 섹터의 소재·부품·장비 벤더사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등 지분 투자에 나섰던 사례는 많다. 특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디엔에프 사례를 주목하는 이유는 김 대표의 지배력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유상증자 참여 전 17.58%(189만주)의 지분을 쥐고 있었다. 신주 발행 이후 16.35%로 소폭 희석됐다.
창업 이후 20년간 전구체(프리커서) 사업을 영위한 업력을 고려했을 때 김 대표가 강력한 수준의 지배력을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2007년 상장 당시에도 김 대표의 지분율은 20% 남짓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디엔에프는 대주주 지분율 희석을 동반하는 유상증자나 메자닌 발행 등 외부투자 유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움직임은 발행주식수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11년 말 1000만주가량이던 주식수는 올해 3분기 말 1157만주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유망한 기업을 노린 외국계 자본의 공세도 거셌다. 2016년 미국계 거대자본인 베어링스(Barings)는 한때 지분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대주주 지배력에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독자적인 전구체 합성 기술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지만, 오너 지배력이 약한 탓에 적대적 M&A(인수합병)의 가능성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지분투자는 이런 디엔에프의 '지배력 이슈'를 일거에 해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대적 M&A를 통한 기술 유출과 같은 리스크는 우리(삼성전자)가 막아줄테니 R&D가 강한 너희(디엔에프)는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든든한 뒷배가 생긴 셈이다.
전구체 부문에서 협력을 이어오던 양사가 전략적 파트너십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유동성을 수혈하면서 차세대 전구체 등의 국내 공급망을 공고하게 하는 그림이다. 삼성전자 고적층 D램 등의 증착에 소요되는 DPT(더블패터닝) 전구체는 디엔에프가 전량(국내기준) 책임지고 있다. 글로벌 공룡 화학기업 머크(Merck)의 품에 안긴 '버슘머트리얼즈(Versum Materials)'가 경쟁상대다. 사실상 머크와 점유율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명운 대표는 "품목이 늘어나고 보유 특허가 많아지면서 글로벌 경쟁사의 특허견제나 외부의 인수합병 등의 시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지분투자를 받으면서 강력한 방어막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보호예수로 SI(전략적 투자자)임을 공표했지만, 사실상 김 대표의 특수관계인에 준하는 관계라는 의미다. 김 대표 역시 "고객사가 지분을 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엔에프는 삼성전자를 통해 확보한 210억원을 바탕으로 전구체 생산능력(CAPA) 확대에 나선다. 연간 매출 1000억원 수준에 맞춘 전구체 생산능력이 100% 수준에 도달한 만큼 내년 상반기에 150억원가량을 투입, 1500억원 수준으로 라인을 증설하고 R&D 역량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2024년께 내부현금흐름과 금융권 차입 등을 활용, 100억~1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연간 매출 2000억원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전구체 및 증착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원 인력도 지속적으로 증원한다. 디엔에프는 총 임직원 259명 대비 약 20%인 50여명이 R&D 전문인력이다. 김 대표가 KAIST 화학과 박사, 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연구원 출신인만큼 'R&D 중심 테크'로서의 면모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연구개발비에 더해 삼성전자 투자금 중 약 50억원을 인력충원, 신제품 개발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디엔에프는 매출액의 10%가량을 고정적으로 R&D에 투자했다. 올해 말 85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R&D 비용은 100억원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연구인력은 매년 꾸준히 증원하고 있는데 내년 더 늘릴 예정"이라면서 "기존 레디메이드 시장이 아니라 5~10년 후 아직 오지 않은 '언멧(Unmet)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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