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각본없는 승계구도 '이선호·이경후' 남매경영 본궤도 장남 임원대열 합류 누나와 후계 시험대, '이재현·이미경' 체제 계승 관심
이효범 기자공개 2021-12-29 07:50:15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13: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 오너 4세 남매가 승계를 두고 동일한 출발선상에 섰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최근 인사에서 통합된 임원직급으로 승진하면서 누나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와 키를 맞췄다. 남매가 모두 임원 자리에 오르면서 앞으로 수년간 후계자의 경영수업과 검증이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CJ의 승계는 큰틀에서는 범삼성가 장자승계 원칙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2년간 누나인 이 경영리더가 고속승진하면서 승계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이번 인사로 중심을 되찾았다. 이에 따라 향후 오너 4세의 차세대 경영구도가 오너 3세와 같은 형태 전개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일 직급' 후계자들 검증 본격화
28일 CJ그룹에 따르면 이경후 경영리더(전 부사장)는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에서 경영리더로 직급 변동을 제외하면 브랜드전략실장이라는 직책을 기존과 같이 유지했다. 그는 2017년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지난해 부사장 자리에 올라섰다. 남편인 정종환 미주본사 대표도 유임됐다.
앞서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남매의 동반 승진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경후 경영리더의 직책 변동 조차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 더욱 무게가 실린 인사로 풀이된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CJ제일제당 내에서 역할이 커졌다.
CJ그룹의 임원 직급 통합은 연공서열에 관계 없이 주요 직책을 맡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목적을 둔다. 특히 사장에서 상무대우까지 모두 경영리더로 통칭하면서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부터 임원들이 어떤 직책을 맡느냐가 승진과 맞먹는 관전포인트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1985년 1월생으로 그동안 그룹 내에서는 경영 후계자로서 동생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내부에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동생이 CJ제일제당에서 경영리더로 승진하면서 남매는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서 동일선상에 섰다.
그룹 내에서는 향후 4~5년간 후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오너십이 확고한 만큼 당분간 후계자들이 승계를 두고 경쟁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 임원으로서 주어진 직책에서 후계자로서의 가능성을 경영성과로 증명하는데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선호 경영리더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번 인사로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에서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보직을 바꿨다. 주로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 전략과 신사업 발굴과 관련된 업무를 맡는다. 당분간 경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룹을 이끌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경영성과를 토대로 점차 핵심 보직을 맡아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이선호 경영리더의 미뤄진 승진인사를 한번에 해결한 것"이라며 "누나와 동일한 임원직급에 오른 만큼 향후 남매의 경영성과가 승계구도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너 4세 차세대 경영체제 향방은
장기적으로 오너 4세 남매 역시 오너 3세와 같은 경영구도를 계승할지도 이목이 쏠린다.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남매는 그룹 내에서 분명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 주도권을 쥐고, 이 부회장이 글로벌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육성하는 구도다. 또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CJ 지분도 보유하지 않은 채 그룹 지배구조 이슈와도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오너 4세의 남매경영은 사뭇 다른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경후,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난 9월말 기준 CJ 지분을 각각 1.19%, 2.75% 씩 들고 있다. 신형우선주도 각각 20% 넘게 갖고 있다. 전반적으로 동생의 지분율이 조금 더 높긴 하지만 남매 사이에서 무게추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의 차이다.
특히 이경후 경영리더는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영 경영기획담당을 각각 겸직하고 있다. 총 3개 회사에서 미등기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하면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 CJ ENM 상근 임원이 다른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는 사례는 모두 자회사의 대표나 등기임원일 경우다. 이와 달리 이 경영리더는 CJ ENM과 직접적인 출자관계가 없는 계열사에 미등기임원으로서 겸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지난 9월말 기준 분기보고서 '미등기임원 현황'에 따르면 이경후 경영리더의 담당업무는 경영기획담당으로 2017년 1월 1일부터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를 제외하면 앞서 경영기획담당이라는 직책으로 임원에 오른 인사를 찾을 수 없었다.
더욱 특이한 부분은 그가 '상근임원'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CJ ENM에서도 마찬가지로 상근임원으로 올라 있다. 이미경 부회장이 CJ ENM의 상근임원으로 CJ제일제당에서는 비상근임원으로 돼 있는 것과도 눈에 띄는 차이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또 CJ제일제당, CJ올리브영의 지분을 가진 주주다. 각각 0.13%(2021년 9월말 기준), 6.91%(2020년말 기준)씩 들고 있다. 동생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제일제당 지분 없이 CJ올리브영 지분만 17.97%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경후 경영리더가 앞으로 고모인 이 부회장과 같이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사업에만 몰두해 동생과 역할을 나눌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갈 수 있다. 장자승계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지만 이마저도 확정된 승계구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CJ그룹 안팎에서는 남동생을 확고한 '포스트 이재현'으로 보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남매간의 계열분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경후 경영리더의 계열사 겸직과 관련해 "오너 4세로서 주요 계열사 경영현황 등을 체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계열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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