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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인수금융 축배' 아직 이르다 [thebell desk]

김일문 자산관리부장공개 2022-01-06 08:13:41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5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M&A 인수금융 시장에서 KB국민은행이 드라마틱한 반전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상반기 10위권 밖에서 하반기 순위가 수직상승하며 연간 기준 1위에 올라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2위 NH투자증권과의 점유율 격차를 4%포인트까지 벌리면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전체 거래규모가 2조원에 육박했던 테일러메이드 인수금융도 꿰찼지만 가장 중요한 딜은 SK E&S의 자본확충이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가져간 SK E&S 딜에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인수금융 주선사 자격을 얻었다. 덕분에 상반기와 하반기를 통틀어 압도적인 딜 사이즈로 연간 전체 1위 자리에 올랐다.

눈에 띄는 점은 인수금융 시장에서 다소 보수적인 은행이 증권사에 버금가는 적극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M&A 인수금융은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에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던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양새였다.

대출 문턱이 높고 비교적 빡빡한 은행들이 주춤하는 사이 파격적인 금리 혜택과 거래 조건으로 무장한 증권사들이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해 왔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KB국민은행의 1위는 눈에띄는 성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인수금융 1위 타이틀을 온전히 인정받기는 아직 이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에서 거래 조건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상당하다. 우선 만기가 꽤 긴 편임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SK E&S 투자가 인프라 성격을 갖고 있더라도 긴 만기 구조에 비해 박한 금리는 셀다운(재판매)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목된다.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 대출 자산을 그대로 끌고가기도 어렵다. 한두푼도 아니고 인수금융 규모가 무려 1조9000억에 달한다. 기관에 셀다운을 원활히 하기 위해 주선사가 일부 물량을 안고 가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모두 떠안고 가기엔 부담이 상당하다. 이 돈이 묶일 경우 감내해야 할 기회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셀다운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공격적인 인수금융 영업의 결과로 주선사가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치열한 인수금융 주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차주에 지나치게 유리한 거래 구조를 짜면서 비롯됐다. 결국 이번 SK E&S 딜의 인수금융을 바라보는 시장의 불안한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셀다운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KB금융그룹내 계열사인 KB증권도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KB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공동으로 7000억원이 넘는 선순위 인수금융의 주선사 자격을 얻었지만 신디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인출후 기관 모집에 나설 예정이나 금리 등 거래 조건이 빡빡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 큰 숙제로 안고 출발하는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복잡한 실타래를 잘 풀고 자신들의 실적을 온전히 챙길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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