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12일 08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도쿄올림픽 당시 모 지상파 방송에서 화제가 된 서핑 해설이 있다. 파도를 인생에 빗대 선수들의 삶까지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평이 쏟아졌다. 그중 압권은 결승전에서 맞붙은 두 서퍼를 설명한 장면이다.승자는 브라질의 이탈로 페헤이라 선수였다. 빈민촌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부였던 아버지께 받은 생선 보관용 아이스박스 뚜껑으로 서핑을 시작했다. 모든 파도를 열심히 타고 자신이 선택한 파도에서 최고의 스코어를 끌어내는 선수다. 한 차례 보드가 부러졌지만 늘 그랬듯 잡은 파도에 최선을 다한 끝에 '올림픽 첫 서핑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와 결승전에서 맞붙은 선수는 일본의 이가라시 가노아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답게 화려한 기술을 뽐내지만 좋지 않은 파도를 만나면 포기하거나 실력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 결승전 당일에도 원하는 파도가 오지 않자 몇 차례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다 2위로 마감했다.
둘을 지켜본 해설위원은 이렇게 평했다.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습니다. 좋은 파도를 고르는 것 자체도 선수들의 역량이지요.”
코로나19 이후 시장은 2년 넘게 유동성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누렸다. ECM에서는 넘치는 증시 대기 자금을 노린 기업공개가 이어졌다. DCM에서는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공모 회사채 발행이 줄을 이었다. 어떤 파도를 타도 이기는 장이었다.
연내 미국을 필두로 본격적인 긴축 정책이 시작될 거란 소식에 시장이 다시금 긴장하는 모양새다. 그간 수차례 늦춰진 테이퍼링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ECM과 DCM을 막론하고 증권사들은 급히 좋은 파도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DCM에서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연초효과를 서둘러 누리려는 발행사들로 문전성시다.
"작년까지는 실적 안 좋은 곳을 찾기 어려웠죠. 올해는 저희가 잘해왔던 부분을 더 잘하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각오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신중하게 기다렸다가 좋은 파도가 왔을 때 더 크게 올라타겠다는 전략이다.
새해에 쏟아져나온 각 증권사의 신년사를 톺아보면 증권사 규모와 관계없이 희망찬 문구들로 빼곡하다. 포부가 잔뜩 느껴지는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나면 전략이 보다 명징하게 드러난다.
대형증권사들은 이제까지 그래왔듯 최대 실적을 내는 데 더해 새로운 사업으로 적극 발을 뻗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증권사는 MBS, 부동산 PF 등 전통적으로 잘해왔던 사업을 강화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선수에게 관대한 파도를 내어주던 시대는 조만간 막을 내릴 전망이다. 그러나 잠잠해진 해변에도 파도는 늘 찾아온다. 제일 잘 탈 수 있는 파도를 기다릴지, 일단 마주한 파도에 올라타 그 안에서 기술을 구사해낼지는 각 증권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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