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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T 핀테크 혈맹]신동맹을 바라보는 우리금융의 복잡한 심경우리-KT '마이데이터 합작사' 무산…법률상 이슈로 지분스왑도 중도에 무산

김현정 기자공개 2022-01-19 08:27:40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2: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과 KT와의 동맹으로 우리금융그룹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한발 앞서 2020년 우리금융그룹은 KT와 동맹 관계를 맺었다. 당시 금융과 ICT 영역의 벽이 허물어진 디지털금융 빅뱅시대 속 이종산업간의 선제적 대응으로 많은 이목이 쏠렸다.

우리금융과 KT는 기존 협력 관계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KT와 신한금융이 맺은 전략적 제휴는 좀 더 깊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당초 우리금융과 논의됐던 지분 스왑은 신한금융으로 돌아갔다. 오래 전 MOU에서 약속했던 우리금융과 KT의 마이데이터 합작사 설립도 무산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T와 우리금융 측은 이번 KT와 신한금융과의 새로운 동맹에도 기존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우리은행은 KT와 함께 국내 대표 산학연이 참여 중인 'AI원팀'에 합류해 활동하고 있으며 KT가 우리은행의 AI 기반 여러 사업 프로세스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AI, 데이터 등을 비롯해 기존에 같이 얘기를 나눈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이번 신한과의 지분교환과 관계없이 우리금융도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금융 입장으로서 KT의 새 동맹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우리금융과의 시너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실상 기존 우리금융과 KT 사이에서 논의된 사업들이 모두 착착 진행되고 있지는 않기도 하다.

우선 2020년 8월 MOU 발표 당시 세간을 놀라게 했던 조인트벤처(JV) 설립이 무산됐다. 당시 KT와 우리금융은 최우선 협업 과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정했다.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사들이 업권별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가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해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도하자는 계획이었다.

해당 논의는 작년 중반 즈음 이동통신3사의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대한 기류가 바뀌고서부터 흐지부지됐다. 당초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다른 산업과 협업을 통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준비하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독자적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위원회 역시 마이데이터업은 비금융업으로 이통사가 라이선스를 따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KT도 작년 11월 금융위에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SK텔레콤과 KT의 신청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KT 입장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독립적으로 꾸리기로 한 마당에 우리금융과 합작사를 만들 유인이 사라졌다. 이에 둘 사이 약속은 무산됐다. KT와 우리금융 관계자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형태의 마이데이터 협력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에 돌아간 지분 스왑도 사실은 우리금융과 먼저 논의된 얘기다. 이번 신한금융과 KT와의 동맹이 더욱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지분 관계로 서로가 긴밀히 묶이게 됐다는 점이다. 서로가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있어서 둘 사이 이해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특히 4375억원 규모의 혈맹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협력관계 이상일 것으로 짐작되는 분위기다.

KT는 작년 9~11월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당시 우리금융과 해당 논의를 진행시켰다. KT가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컸고 우리금융과 같은 우량기업이 KT 주식을 산다는 게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적 시너지가 더 커질 수도 있었다.

우리금융 역시 이같은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 지분 매각이 흥행하는 게 제1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당시 1주당 평균 매각가가 1만3212원이라는 점에서 만약 4%(3850억원 규모)의 거래가 성사됐다면 지금의 신한은행-KT에 상응하는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법률상 이해상충 문제가 우려됨에 따라 둘 사이 지분참여 얘기는 중도에 드롭됐다. 둘 다 모두 케이뱅크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서로가 지분을 교환하게 되면 은행 지분 보유 문제가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IB 관계자는 “법률상 이슈가 될 만한 우려가 있어서 KT 쪽에서 깔끔하지 않은 부분을 굳이 풀려고 하지 않고 논의를 접었다”며 “불과 두 세달 전의 일인 만큼 시간 상 우리금융과 지분스왑 논의를 중단하고 바로 신한금융 쪽에 타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금융과 KT 간의 관계가 금방 어깃장이 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동맹 뿐 아니라 각자의 여러 사업 분야에 서로가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이다.

KT는 당초 우리은행과 케이뱅크를 함께 출범시킬 정도로 우리금융과 긴밀한 제휴관계를 맺어왔다. 현재도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BC카드(34%)에 이어 지분 12.68%를 보유한 우리은행이 여전한 케이뱅크의 2대 주주다. 과거 케이뱅크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시장 투자자들에 외면당했을 때 우리은행은 지속적인 증자 참여를 통해 케이뱅크 성장 기반을 마련해 줬다.

우리은행 측에서 KT와의 우호적인 관계로 비즈니스상 유리한 부분도 있다. KT그룹이라는 대기업을 우량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퇴직연금 등 금융상품 뿐만 아니라 리테일, 기업금융, IB, 외환거래 등 전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이득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KT와 우리금융이 합작투자 법인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해 두 그룹의 융합 시너지를 내기로 했는데 당시 포부처럼 모든 일들이 잘 진행되진 않은 것 같다"며 "오래 전 KB금융의 리브엠 사업에 LG유플러스와 KT가 경합을 벌인 것처럼 금융권의 디지털 이합집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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