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클럽원 한남 '올라운드 PB' 실험 "쉽지 않네" '은행→증권' 소속 변경 시도…비상장 상품 소싱도 어려워
양정우 기자공개 2022-01-28 08:11:22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7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의 클럽원(Club1) 한남이 반년만에 소속 프라이빗뱅커(PB)를 대거 교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PB의 빈자리에 비상장투자 전문가를 투입하면서 상품 역량 강화의 의지가 엿보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클럽원 한남은 '은행-증권' 금융 노하우를 모두 갖춘 PB를 키우려는 프로젝트가 시도된 점포다. 하지만 클럽원 브랜드의 간판 상품인 비상장투자에서는 올라운드 PB를 양성하는 게 녹록지 않은 양상이다.
27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클럽원 한남의 WM센터는 연초 인사 조치를 통해 소속 PB를 대거 물갈이했다. 총 6명 가운데 기존 센터장을 포함한 3명이 점포를 떠났고 1명의 인사가 영입됐다. 지난해 6월 정식으로 문을 연 이후 6개월여 만에 파격 조치가 단행된 셈이다.
눈에 띄는 건 클럽원 한남이 올라운드 PB를 키우려는 실험이 단행된 점포라는 점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소속 PB를 대상으로 한남동 클럽원의 WM센터(하나금융투자 소속)로 자리를 옮길 인력을 공개 모집했다. 최종 선발된 인사 2명은 하나은행에서 하나금융투자로 고용 법인이 바뀌어 실전 배치됐다.
이번 인사 조치로 클럽원 한남을 떠난 PB 중엔 하나금융투자로 소속을 바꾼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은행과 증권의 금융 서비스를 융합해 멀티플레이어 PB를 키우려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당초 올라운드 PB를 구상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WM 업무에 폭넓은 식견이 요구되는데, 은행과 증권의 고유 영역에 함몰되지 않고 탄력적 대응이 가능한 PB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은행 핵심 PB를 하나금융투자에 배치하는 카드를 통해 '양손잡이' PB를 양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은행과 증권사는 초고액자산가(VVIP)가 고객인 금융 서비스의 성격 차이가 뚜렷하다. 은행 PB는 주로 펀드 판매에 치중하면서 부동산, 상속 등을 중심으로 맞춤형 법률, 세무 컨설팅에 주력한다. 하지만 은행업의 특성상 주식과 채권에 대한 트레이딩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 증권사는 트레이딩이 주 업무인 건 물론 프리IPO(비상장), 메자닌 투자뿐 아니라 펀드레이징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업무가 개별 자산에 치중돼 있어 은행 소속 인력처럼 외환 등 거시적 시각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이렇게 장단점이 뚜렷한 탓에 올라운드 PB를 육성하기로 결정했고 첫 배치 점포로 브랜드화의 첨병인 클럽원 한남을 선택했다.
그러나 올라운드 PB가 나오기 어려운 최대 난관으로 비상장투자 상품이 지목된다. 국내 비상장사 투자는 클럽딜(club deal) 형태로 이뤄진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뭉칫돈을 가진 하우스라도 적절한 밸류에이션에 알짜 딜을 확보하려면 같은 라운드에 동업자 의식을 가진 다른 투자자와 미리 교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회수(상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 어떤 투자자가 돌발 행동을 벌일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딜의 헤게모니를 쥔 투자사는 그간 신뢰 관계가 조성된 투자자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제한된 네트워크와 정보를 통해 소화되는 게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통상적 클럽딜이다.
이런 비상장투자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WM센터와 PB에도 이런 고유 특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핫'한 딜을 먼저 포착해 고객에 판매하려면 알음알음 이뤄지는 클럽딜을 먼저 선점해야 한다. 인기가 없는 딜이라면 오히려 먼저 판매를 요청하겠으나 알짜 딜의 경우 치열한 경합에서 앞설 수 있는 네트워크와 경험이 필요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은행 출신 PB가 클럽원의 간판 상품을 소화하는 데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PB 교체 과정에서 클럽원 한남에 새롭게 투입된 구원투수가 투자시장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비상장 전문 PB인 것으로 전해진다.
WM업계 관계자는 "클럽원 한남은 올라운드 PB를 양성하고자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와 무관한 보수 체계까지 구상하기도 했다"며 "한남동 지점이 반년만에 내홍을 겪었지만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모두 꿰뚫는 PB를 키운다는 방향성엔 아직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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