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디지코 전환 실험]'공룡의 변신' 십수년 주가 제자리 악순환 끊을까①보수적 이미지, 불분명한 방향성 한계…신성장동력 'ABC' 전면 내세워
이장준 기자공개 2022-02-16 14:02:38
[편집자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하고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는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 DIGICO)로서 새로운 '몸값'을 인정받겠다고 나섰다. 디지코 전환을 주도한 구 대표의 임기가 내년 초 끝나는 만큼 올해에는 뚜렷한 성과와 주가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디지코 KT가 그동안 시도한 변화와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4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의 주가는 약 10년 전부터 4만원의 벽을 쉽사리 넘지 못하고 있다. 본업인 통신업 자체가 시장에서 외면받은 측면도 있으나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등의 지표도 경쟁사에 비해 아쉬운 수준이다.그동안 지배구조가 외풍에 영향을 받아왔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그룹사가 영위하는 사업 영역도 수십 가지에 달하는데 이를 시장에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탓도 크다.
2년 전 내부 출신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구현모 사장(사진)은 KT를 디지털 플랫폼 회사(DIGICO)로 전환해 이를 넘어서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후 신성장동력인 'ABC(AI·Big data·Cloud)'를 전면에 내세워 시장과 소통하고 그룹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여기 발맞춰 주가도 어느 정도 올랐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통신업 밸류 한계, 정치적 외풍 리스크…기업가치 제고 걸림돌
구 대표는 취임 당시 주주총회에서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며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 역량을 모아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후에도 기자간담회 등의 자리를 빌려 주가 수준이 현재 기업가치나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얘기해 왔다. 실제 KT의 주가는 1999년 19만9000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기준 국내 1위에 등극한 이래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는 주가가 1만72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반등했으나 여전히 과거 영광을 누리던 시절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3일 종가 기준 KT의 주가는 3만19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8조3295억원으로 코스피 48위다.
성숙기에 접어든 규제산업인 통신업이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KT의 주가는 통신 3사 중에서도 유독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 KT의 PER은 8.15배로 SK텔레콤(8.52배), LG유플러스(14.85배)에 뒤처진다. PBR 역시 0.52배로 0.75배 수준인 두 경쟁사에 못 미친다.
여기엔 정치적 외풍으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뿌리가 공기업이고 오너가 없다 보니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 교체기마다 낙하산 CEO 리스크가 불거지곤 했다. 시장보다 정무적 논리에 따라 지배구조가 움직이면서 혁신과는 거리가 먼 보수적인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됐다.
내부 출신인 구 대표는 지배구조 독립성을 높이고자 회장 직급을 없애고 급여를 낮춰 CEO 자리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외풍을 끊어내지 못하면 기업가치 제고는 요원하다는 판단이 담긴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지배구조와 더불어 KT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점도 대표적인 문제로 꼽혔다. KT와 그룹사가 영위하는 사업은 유·무선 통신, 유료방송뿐 아니라 금융, 부동산개발 및 공급·임대업, 이커머스, 음원 유통, 경비, 광고, 해저통신·전력케이블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루는 사업은 많지만 이를 한데 묶어 구심점 역할을 할 강력한 플랫폼이 없다 보니 네이버, 카카오처럼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따라붙지 않았다. 뚜렷한 비전도 부재해 경쟁력 있는 다른 사업들이 가장 대표적인 통신업에 가려져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에 구 대표는 KT를 ABC, 즉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 등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히 부수업무가 많은 통신사(Telco)를 넘어 디지코로 거듭나 시장에서 그에 걸맞은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슬로건만 '디지코 KT'로 바꾸는 걸 넘어 약 1000명의 ABC 전문 내부인력을 키워내며 방향성을 굳혔다.
◇'B2B+디지코' 비중 2025년 50% 겨냥, 올해 주가부양 숙제
KT는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앞으로 사업 성격에 따라 텔코와 디지코, 고객에 따라 B2C와 B2B로 나눠 총 4가지 사업 영역의 성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김영진 KT 재무실장(CFO)은 이날 "이번 실적 발표부터 디지코 전략과 성과를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매출 분류 체계를 변경했다"며 "지난해에는 기존 사업의 만족도를 높이고 디지코로 전환의 토대를 구축했다면 2022년에는 안정적 성장에 기반해 DX 및 플랫폼 신사업을 확대해 기업가치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디지코 B2C 사업에는 인터넷TV(IPTV)를 비롯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seezn) 등 미디어와 모바일 결제 및 인증 등 금융 플랫폼, 앱마켓 통신과금 간편결제 등 콘텐츠 마켓이 해당한다. 디지코 B2B에는 크게 엔터프라이즈 디지털전환(Enterprise DX),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Cloud/IDC), 인공지능·신사업(AI/New Biz), 부동산 등이 있다.
KT는 지난해 별도재무상 연간 서비스 매출 기준으로 무선·인터넷·유선전화에 해당하는 '텔코 B2C'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 비중이 40%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코 B2C, 디지코 B2B 영역에서는 각각 2년 새 15%, 5.6%씩 매출이 늘었다.
2025년까지 B2B와 디지코 사업의 매출을 합쳐 전체의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다만 구 대표 입장에서는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올해 B2B와 디지코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고 이를 기반으로 KT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의 직급을 높여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디지코 전환의 주도권은 경영을 총괄하는 구 대표가 쥐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 [DB금투 밸류업 점검]"PIB로 '투자 플랫폼' 기업 도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