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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욱 KT 대표, '전략통' 외길 걸은 통신맨 전임 회장 시절부터 요직, '디지코' 전환 중심 잡아줄 맏형…입법 초창기 리스크 부담

이장준 기자공개 2022-02-03 13:42:14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진)이 구현모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게 됐다. 두 사람 모두 30년 넘게 조직을 떠나지 않고 로열티를 보여준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박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 시절부터 전략과 재무를 아우르는 요직에 부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KT가 디지털 플랫폼 회사(DIGICO)로 전환하는 가운데 본업인 통신업의 경쟁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줄 인물로도 평가된다.

다만 이번 인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초기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에 대비한 조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산재 사고를 완벽히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구현모 대표와 같은 내부 출신 대표, 굳건한 전략·재무 전문가

KT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을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2022년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다. KT가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는 구현모 대표와 '투톱'을 이루게 됐다.

박 대표는 1962년생으로 사내이사 사장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맏형'이다. 구 대표보다도 두 살이 더 많다. 1991년 입사 이후 30년 넘게 KT에서만 근무한 정통 '통신맨'이다. 두 명의 각자 대표 모두 내부 출신으로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커리어상으로는 주로 전략, 기획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처음 기술기획실로 입사해 경영전략실, 기획조정실 등을 거쳤다. 잠시 원주지사 영업부장을 거쳐 마케팅본부 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기조실 사업전략부장으로 역임한 뒤 2007년 말 프로세스혁신담당 상무보로 선임됐다. 2010년에는 같은 급인 노원지사장으로 이동해 다시 영업 경험을 쌓았다. 그는 황창규 전 회장이 취임한 2014년 IT부문 IT전략본부장 상무로 승진했다.

요직에 부임한 건 이듬해인 2015년이다. 전략과 재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부문에 배치됐다. 당시 그룹의 인수·합병(M&A)를 담당하는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롯데렌탈(옛 KT렌탈) 매각 등 실무를 담당했다.

2017년 1월과 2018년 11월 각각 전무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2018년에는 구현모 당시 경영기획부문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KT 구조조정 작업 등을 진행했다.

구 대표가 취임한 이후에도 그의 입지는 탄탄했다. 2020년 1월 경영기획부문장에 선임된 데 이어 3월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추천을 받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과 투자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맡은 역할은 그대로다. 2015년 이래로 줄곧 경영기획부문에 몸담고 있다.

현재 경영기획부문 산하에는 전략기획실, 재무실, SCM전략실, 정책협력실, 경제경영연구소 등이 있다.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 수립이나 재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부문이다. 김채희 전략기획실장, 김영진 재무실장 등을 휘하에 두고 있다.

◇통신업 경쟁력 제고 중점, 조직·인력 관리 등 CSO 역할 수행 적임자

구 대표 체제 들어 그동안 막강했던 경영기획부문의 힘이 빠진 건 사실이다. 과거에는 경영기획부문 산하 전략기획실에서 M&A를 전담했는데 이 역할을 미래가치추진실로 이관했다. 현재는 다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에게 관련 권한이 넘어간 상황이다.

물론 아직도 투자나 제휴 관련 일부 기능은 남아있다. 전략기획실 안에 제휴협력TF가 있어 최근 신한금융과 혈맹을 이끌기도 했다. KT와 신한은행은 미래성장DX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동일한 규모(4375억원)의 지분을 서로 매입하기로 했다. 그룹사가 아닌 KT가 본체가 돼 디지털 플랫폼 관련 제휴를 맺은 만큼 박 사장이 주도한 것이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신사업 발굴보다는 기존 계열사 관리 역할에 무게가 실린 양상이다.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발맞춰 이번에 KT가 새로 만든 안전보건총괄(CSO)을 박 대표가 맡게 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조직 및 인력 관리, 예산 등을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그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대표가 KT를 디지털 플랫폼 회사(DIGICO)로 전환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본업에서는 실수가 잦은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해 10월 전국 단위 유무선 인터넷망 두절 사태를 일으킨 데 이어 올 초에도 IPTV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다.

'탈통신'에 집중하다 본연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통신업 본연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박 사장을 대표로 선임해 무게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규제 도입 초반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시각도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이제 막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부담을 주는 자리라는 평이 많다. 근로자의 사망 등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이 나면 처벌하는 게 골자다.

여기서 안전보건 의무 주체는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최종 결정권자를 말한다. 문제는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재계를 중심으로 해당 법과 정부의 해설서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 초창기 CEO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이를 분산하기 위해 박 사장을 앞세웠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박 사장에게 대표이사 임기를 1년만 부여한 것 역시 추후 사임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노고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직급을 높여준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CEO까지 흔들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초기인 만큼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박 사장을 내세웠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KT 내부에서도 온전히 축하해주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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