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는 가볍게, 해외는 무겁게" 최근 신세계 그룹의 인수합병(M&A) 전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다. 핵심은 부동산 자산의 활용법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거인인 신세계는 한동안 변화의 파고에 흔들렸다. 유통시장의 메기인줄 알았던 쿠팡이 게임체인저로 거듭나면서 생존의 두려움에 시달렸다. 유통 연결망이 온라인과 배송으로 묶이면서 공간에 구획된 신세계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평가를 받았다.신세계는 과감하게 부동산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본사 사옥까지 유동화 수단으로 삼았다. 2019년 13개 이마트 매장을 마스턴투자운용에 매각해 9524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서울 마곡, 가양 지점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성수동 본사를 1조2200억원에 팔았다. 자산 유동화로 무려 3조7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부동산 유동화로 마련한 투자재원으로 새 먹거리를 육성하는 중장기 플랜을 세웠다.
실탄의 과녁은 옴니채널 구축으로 겨뉘어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넘나들며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체계를 만들기 위해 M&A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야구단 SSG랜더스(옛 SK와이번스)를 시작으로 패션 플랫폼업체 W컨셉,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였다. 폭풍 쇼핑으로 4조2500억원을 쓰며 온라인 플랫폼 역량을 강화했다. 이로써 이커머스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역량이 완비됐다.
해외에서는 부동산 자산을 통해 안정적 진출을 모색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달 미국 내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와이너리의 희소성으로 부동산 가치가 높고 신세계그룹의 와인 구매 경쟁력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투자다. 신세계는 부동산 자산이 핵심인 해외 자산을 연달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여러 매물들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인수로 안정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부동산 활용법은 언뜻 쉬워보이지만 재무적 측면에서는 복잡하다. 임대수익과 지가 상승의 유혹이 커 부동산 소유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세일앤드리스백으로 임대료를 꾸준히 내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결국 오너의 통 큰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신세계는 과거의 안락함에 안주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생존에 더 큰 가치를 뒀다. 그러면서도 해외 시장은 안정적 투자로 균형추를 잡았다. 대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신세계의 미래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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