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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중견그룹]'2세 경영 10년차' 후성, 더 보수적으로 변한 재무 전략④MBA 출신 김용민 총괄부회장, 주요 계열사 CFO 역할…후성글로벌 자금 유치 ‘눈길’

박상희 기자공개 2022-03-29 07:54:59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2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성그룹의 재무 전략은 보수적이다. 계열사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낮다는 게 특징이다. 과도한 차입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경계한다. 후성그룹의 재무 전략은 2세 경영을 본격화 한 김용민 후성그룹 총괄부회장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더욱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성그룹 계열사에 눈에 띄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다. 특히 상장 계열사의 경우 이사회 멤버로 재무 임원을 포함한 곳이 없다. 사실상 김 총괄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CFO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BA를 졸업한 김 총괄부회장은 숫자와 회계 등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자본시장하고 거리를 두던 후성(후성글로벌)이 지난해 프리 IPO를 전제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한 것도 김 총괄부회장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이자 비용 아깝다" 상장 계열사 3총사, 차입금 줄이기 '초점'

후성그룹의 상장 계열사로는 퍼스텍, 한국내화, 후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세 계열사는 모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후성의 부채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58%, 2018년 74.4%, 2019년 83.7%, 2020년 76.5%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59.6%로 더 낮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6.9%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전체 차입금 규모는 1169억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20억원, 유동성장기부채는 223억원이다. 장기차입금이 926억원으로, 대부분 차입금을 차지하는 등 차입 구조가 우수한 편이다.

금융비용 부담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2020년까지 3억원 안팎 수준을 유지하던 금융비용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제로(0)'다. 이자 비용으로 나가는 비용이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한국내화의 재무구조도 후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7년 74.9%였던 부채비율은 2018년 58%, 2019년 49%, 2020년 40.7%로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28.7%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140억원으로, 1년 전 70억원 대비 증가했지만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니다. 한국내화의 금융비용은 최근 몇년간 20억원 후반대를 유지하다 2020년말 기준 14억원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비용은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계열사는 퍼스텍이다. 최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부채비율은 327.6%를 기록했다. 2020년말 기준 304% 대비 소폭 상승했다. 다만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약 9억원에서 6억원으로 30%가량 감소했다. 실질적으로 차입금이 늘었다기보다는 선수금 등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퍼스텍 관계자는 "몇 년 전에 발행한 메자닌의 경우 '제로' 금리이기 때문에 이자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은행권 차입도 거의 상환했다"면서 "부채비율 증가는 선수금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 이사회, 재무 담당 임원 없어…"부채비율 낮춰라" 주문

후성그룹 계열사가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취하는 것은 오너일가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이 2012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2세 경영 시대를 연 김용민 총괄 부회장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재무구조를 튼실하게 만드는데 더 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976년생인 김 총괄부회장은 미국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하고 코넬대학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이후 현대해상 뉴저지지점을 거쳐 2008년 후성그룹 계열사인 후성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후성그룹에 CFO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김 총괄부회장이 상당한 재무통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총괄부회장 본인이 숫자에 밝기 때문에 휘하에 별도의 CFO를 따로 두기 보다는 김 총괄부회장이 스스로 CFO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후성그룹 상장 계열사에는 CFO나 재무담당 임원이 이사회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

후성그룹의 CFO라고 할 수 있는 김 총괄부회장은 상당히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취하고 있다. 후성그룹 관계자는 "김용민 총괄부회장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차입금을 줄여나가는 등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데 주안점을 둔다"면서 "차입금이 필요한 경우에도 되도록 단기차입금은 빌리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지난해 단행한 후성글로벌의 출범과 자금 유치 과정이다. 후성은 지난해 상반기 2차전지 전해질 첨가제, 반도체용 에칭가스 등을 생산하는 해외 법인을 하나로 묶어 후성글로벌을 출범시켰다. 후성글로벌은 중국법인 후성신재료 유한공사와 폴란드법인 후성폴란드의 지분 100%를, 중국법인후성과기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후성이 물적분할해 설립한 후성글로벌은 105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후성글로벌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신생 사모펀드(PEF)운용사 헤임달프라이빗에쿼티(헤임달PE)가 카펠라프라이빗에쿼티(카펠라PE)와 손잡고 투자를 진행했다.

이번 투자 자금은 중국과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신규 공장 증설에 사용된다. 물적분할을 통해 후성글로벌을 설립하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함으로써 후성은 해외 투자 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헤임달PE와 카펠라PE는 향후 후성글로벌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 전략을 짰다. 2025년까지 IPO를 실행하는 조건이다. IPO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후성과 후성글로벌은 별도의 금융비용 부담 없이 투자금을 조달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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