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부문대표 실험 쓴맛 '총괄체제'로 회귀 박길연·윤석춘 각자대표 2명 물러나, '실적부진·공정위 제재' 악재 인사주기 짧아져
문누리 기자공개 2022-04-01 08:05:14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임원들의 정년보장으로 유명했던 하림그룹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적부진과 공정위 제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대표들 임기가 단명하고 있다. 기존에 10년 넘게 임기를 이어온 ㈜하림 대표이사 자리가 3년만에 갈렸다.대신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울 인사로 내부 출신 CEO를 등용했다. 새로운 시도였던 사업부별 대표체제도 안정을 위해 3년만에 포기했다. 신선육과 육가공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기존 체제로 회귀한다.
◇'33년 하림맨' 정호석 부사장 발탁, 첫 비서울대 출신 CEO

기존 김홍국·박길연·윤석춘 등 각자대표 구성원이 김홍국·정호석으로 변경됐다. 대표이사 2명이 맡던 신선육, 육가공 사업부문을 정 대표가 총괄한다.
전북 정읍 출신의 정 대표는 1989년 하림에 입사해 경리, 회계, 재무, 감사, 육가공·신선 영업마케팅, 기획인사 등 실무부터 기획조정실장, 생산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CFO, CISO) 등을 두루 거쳤다.
하림의 36년 역사 중 33년을 근무하며 주요 직무를 거친 정통파로 뼛속까지 '하림맨'이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출신으로 대표 자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비서울대 출신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경우도 처음이다. 그동안 ㈜하림 대표이사 자리는 김홍국 하림 회장 이후 서울대 축산학과 위주로 채워졌다.
2005년 ㈜하림 첫 전문경영인으로 시작한 이문용 전 대표와 2018년 바통을 이어받은 박길연 전 대표까지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이다. 이밖에 이범권 선진 사장, 정학상 팜스코 사장 등 하림그룹 계열사 CEO도 서울대 축산학과 동문이다.
◇윤석춘 전 대표 사임, 박길연 대표는 한강식품으로
이 같은 변화를 꾀한 건 그동안 대내외 환경변화가 급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내식선호 트렌드로 실적이 소폭 개선됐지만 2019년 43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내부 출신 대표이사 발탁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해 경영권 승계 및 닭고기 가격 담합 논란 등에 정면돌파하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윤석춘 전 육가공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연말 돌연 사임하면서 체제 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전 대표는 2018년 사업부별 각자대표 체제를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다. 당시 하림은 육계부문에만 몰려있던 사업구조를 육가공부문까지 확대하기 위해 그를 영입했다.
윤 전 대표가 삼호F&B 대표, CJ씨푸드 대표, CJ제일제당 영업총괄 부사장, SPC삼립 대표 등 줄곧 식품업계에 몸담은 만큼 육가공 분야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다. 지난해 프리미엄 '장인라면'을 선보이며 라면시장 출사표를 던졌지만 가격 경쟁력 문제 등으로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결국 신제품 출시 3개월만에 윤 전 대표는 사표를 냈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둔 상태였다.

신선육총괄 대표이사였던 박길연 전 ㈜하림 대표도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물러나게 됐다. 대신 그룹 계열사 한강식품의 대표로 이동한다. 박 대표는 2009년 3월부터 2018년까지 한강식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사업부별 각자대표 실험 실패, 짧아진 인사주기
박 대표는 최근 완공한 신공장 안착 등 한강식품의 '제2의 도약'을 맡게 됐다. 초신선 닭고기 제품을 생산하는 한강식품은 경기도 화성 구공장 옆 부지에 신규 공장을 새로 지었다. 2018년 착공을 시작해 지난해 연말 완공했다.
하림 관계자는 "최첨단시설을 갖춘 공장을 새로 지었는데 상당히 어려운 공정이 포함돼있어 전문성을 갖춘 대표의 셋업이 필요하다"면서 화성이 수도권 바로 옆으로 지리적인 강점을 지닌 만큼 향후 한강식품이 초신선닭고기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부별 각자대표 체제 실험이 실패하면서 인사주기도 덩달아 짧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2005년 ㈜하림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되면서 첫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문용 전 대표는 2018년 건강 문제 등으로 사임할 때까지 13년간을 장기집권했다. 반면 2018년 바통을 이어받은 박길연 전 대표의 경우 사실상 3년정도만 자리했던 만큼 새로운 대표 체제도 비슷한 주기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하림에선 임원 자리에만 오르면 정년까지 안심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도 "요즘은 대내외 리스크로 하림에서도 '실적 증명' 압박이 점차 커져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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