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프렌드십 포커스]포스코홀딩스, 과감히 포기한 자회사 'IPO'③지주사 주주가치 보호 최우선, 사업회사 정관에 상장추진시 '사전 승인' 조건 명시
유수진 기자공개 2022-04-14 07:40:31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2일 08:1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작년 말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 시장의 관심은 일제히 철강부문을 떼어내는 '방식'에 집중됐다. 선택지는 두개였다. 물적분할 혹은 인적분할. 어떤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단 얘기도 있었다.분할안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주주총회에서 출석주식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회사 입장에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사안이지만 결과 예측이 불가능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몫이 10% 미만일 정도로 지분이 분산돼 있는데다 사측 우호지분도 마땅치 않아서다. 자칫하면 창립 이래 처음 시도한 지배구조 개편이 물거품이 될 처지였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적분할을 택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기존 주주들이 신설회사 지분을 똑같이 갖게 돼 주주설득이 용이하단 이유다. 지주사 요건 충족이 번거롭긴 하지만 13.26%의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포스코의 선택은 물적분할이었다. 그리고 표심을 얻기 위해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과감히 포기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에도 물적분할 선택
포스코는 지난달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사업회사 포스코로 각각 출범하며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무사히 마쳤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전반을 관장하고 포스코는 철강사업에 집중한다. 지난 1월28일 임시 주총에서 물적분할 계획서가 승인되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승인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최정우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철강사업 회사 포스코를 포함해 향후 신설될 자회사를 비상장상태로 두겠다는 약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주들이 다시 한 번 포스코에 지지를 보내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당초 소액주주 등은 포스코의 물적분할안에 반대했다.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같은 길을 먼저 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사례가 걱정을 키웠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반면 SK온은 IPO를 중장기 계획으로 미뤘다.
포스코 측은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해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을 모두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 결론은 전자였다. 인적분할시 지분 매입 등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한 후속 작업을 해야 한다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지주사의 상장 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이 20%에서 30%로 높아지며 부담이 커졌다.
물론 포스코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현금곳간에 두둑해졌고 '자사주의 마법'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후 신사업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란 점 등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자금 소요를 줄이는 게 좋다. 무엇보다 물적분할시 추후 사업회사 포스코를 상장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최대 장점이다.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발표, 자회사 비상장으로 '굳히기'
포스코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계획 등 친화 정책을 하나 둘 꺼내며 주주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 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앞서 국민연금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안에 모두 반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최대주주인 ㈜LG와 SK㈜의 지분율이 높아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특히 연금의 선택은 기관이나 외국인, 소액주주 등이 의결권 행사에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포스코는 주주들에게 확신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야만 무사히 지배구조 개편 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 측은 "철강 자회사를 비상장으로 유지해 자회사의 사업가치가 지주회사 주주의 가치로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주사와 자회사 주주간 이해상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포스코가 오너회사가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추후 경영진이 바뀔 경우 약속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회사 측은 사업회사 정관에 상장 추진시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에 특별결의 안건으로 올려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주회사 주주들의 허락 없이는 상장하지 않겠단 의미다. 포스코 측 변호인은 "자회사 IPO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철강 뿐 아니라 향후 수소와 니켈 등 주요 신사업을 분할하더라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신사업 성장의 효과가 오롯이 지주사 주주들에게 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추후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자회사 IPO가 아닌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사실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장 효과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IPO다. 실제로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목적의 대부분은 자회사 IPO를 통한 현금 조달이다.
물론 사업회사가 추후 주총 의결을 거쳐 정관을 변경할 수 있는 만큼 지주사 주주 허락 없는 IPO가 원천봉쇄된 것은 아니다.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 지분 100%를 쥐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주총에서 변경안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최 회장 등이 공개적으로 주주들과 약속한 만큼 신의성실 차원에서 적극 이행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게 포스코는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데 성공했다. 당시 임시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75.6%가 참여했으며 출석주주 89.2%가 분할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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