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5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나브로'라는 순우리말이 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조금씩, 아주 느리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동사 앞에 쓰여 그 움직임을 꾸며주는 부사어의 일종이다.변화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눈 떠 보니 몰라보게 바뀐 것은 이전부터 꾸준히 변화가 진행 중이었던 게 대부분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적 같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내부에 있지 않으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알기가 어렵다.
최근 패스트파이브의 내면을 보면서 '시나브로'를 몸소 체험했다. 파이브스팟(Fivespot), 라이프온투게더(LifeOn2gether), 모버스(Moverse) 등 신규 브랜드 운영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느낀 바다.
국내 공유 오피스 1위 사업자라는 지위는 일찌감치 달성했다. 자신감이 쌓이면서 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전대차 비즈니스' 외에 다른 사업 비전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2020년 12월 자진 철회했다.
약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사이 패스트파이브는 시나브로 변했다. 기존 전대차 사업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라이프온투게더 런칭 이후 오피스 뿐만 아니라 주거 분야에도 손을 뻗쳤다.
파이브스팟 브랜드는 1인 프리랜서 등 플렉시블 워커(Flexible Worker)를 전문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모버스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뽐내고 있다. '매물 탐색-인테리어-사무실 운영'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각 단계마다 세일즈를 실시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그동안 공간 관리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통해 리스크와 수익을 공유하는 '빌딩솔루션' 방식도 도입했다. 건물주의 신뢰와 협업 요청이 이어지며 멤버 수 기준으로 연평균 55%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제는 대기업도 핵심 고객군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이전 상장 심사 청구 때 거래소에 제시했다. 김대일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머릿 속에는 이미 그려졌던 모습이다. 다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비즈니스가 현실화 되지 않은 탓에 거래소가 난감을 표했다.
상장 철회 이후 곧바로 계획했던 신규 브랜드 론칭과 조직 개편을 통해 1년 만에 '환골탈태' 할 수 있었다.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시간 문제다. 계획했던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것 만으로도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남준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인프라 강자' 스톤피크, 아시아 2호 펀드 조성 추진
- [PE 포트폴리오 엿보기]'형님 잘 둔'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한앤코도 웃는다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지급 보증' 테스코, 임대료 미지급 점포 구세주될까
- [thebell League Table]'난공불락' 삼일PwC, 이번에도 산뜻한 선두 출발
- [PE 포트폴리오 엿보기]'FI·SI 다수 접촉' 티오더, 신규 투자 유치 추진
- 홈플러스에 대한 LP들의 자성
- 웰투시, '화장품 전문 기업' 엔코스 투자 추진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세일앤리스백 점포 부지' HUG 매각, 실현 가능성은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점포 담은 'LP·자산운용사', HUG 매각 카드 '만지작'
- [LP Radar]'적대적 M&A 안된다' 국민연금, 정관 추가 내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