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5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던 지난달 중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여의도 금감원빌딩이 아닌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했다. 잠시후 윤 당선인이 찬 공기를 가르며 걸어왔다. 뒤를 이어 장재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왔다. 정 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밀어 윤 당선인과 장 비서실장의 손을 차례로 부여잡았다.정 원장은 문재인 정부 금융권 수장 가운데 한 명이다. 대선이 끝난 뒤 유일하게 정 원장만 윤 당선인을 대면했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이 차례로 발표되고 있다. 장관급 인사들의 내정이 완료된 만큼 조만간 차관급 금융권 수장들의 거취도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 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금감원장 후보군은 하마평이 덜한 편이다.
오히려 유임될 것이란 예상이 의외로 많다. 금감원장 후보군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과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다는 점 등이 주요 근거로 꼽힌다
금감원 내부에선 정 원장이 새 정부 금융정책과도 보조를 잘 맞출 인재라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정통 금융관료 출신으로 정 원장 만큼 금융 정책과 규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하는 인물도 드물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무엇보다 내부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는 금감원장은 그동안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정 원장의 유임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동안 금감원은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제재 일변도로 오히려 시장에서 고립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적절한 개입과 검사로 시장을 선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원칙에도 어긋나고 시장 상황과도 맞지 않는 잣대로 혼란을 야기해왔다.
하지만 정 원장 취임 뒤 금감원은 내부에서부터 달라졌다. 법과 원칙은 다시 바로 섰고 시장 상황에 맞는 새로운 감독 전략도 세워졌다. 그동안 잘못돼 왔던 관행은 사라졌고 한층 정교해진 시스템이 도입됐다.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이전 보다 더 금감원을 신뢰하면서도 동시에 무서워했다.
정 원장은 취임 뒤 6개월여 만에 추락했던 금감원 위상을 다시 높였다. 문제를 정확히 집어내고 해결책도 간결하게 제시했다. 전임자 시절 구호에만 머물렀던 금감원 독립론도 현실화됐다. 금융위와의 관계는 재정립됐고 금감원 예산과 인력을 필요에 맞게 더 늘렸다. 직원들의 사기도 올랐다.
그간 정권이 바뀌면 금융위원장과 함께 금감원장도 교체돼왔다. 새로운 금융정책 방향에 호흡을 맞출만한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금감원 안팎의 기대도 크다.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금감원이 또 다시 인사와 조직 정비로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윤 당선인과 정 원장의 악수가 찰나의 인연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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