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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독대한 정의선 회장, 미국 '5배'를 국내에 [투자에서 길을 찾다]③그룹 역사상 최초, 글로벌 위상 제고 효과…미국 이어 국내 투자 계획 발표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27 07:41:07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많아진 투자 규모와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친기업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명운이 걸린 투자 계획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17:13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기간(20~22일)을 통틀어 가장 '핫'했던 기업이다. 정의선 회장은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바이든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미국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전날(21일) 발표한 대규모(약 13조원) 투자에 대한 감사인사도 받았다. 방한일정에 맞춰 대미투자 카드를 꺼내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미국 대통령과의 독대는 정주영 창업주와 정몽구 명예회장도 하지 못했던, 현대차그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그룹은 곧바로 '국내' 투자 계획도 꺼냈다. 미국에 예고한 금액보다 5배 가까이 큰 규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2주가 지나며 주요 기업들이 경쟁하듯 '투자 보따리'를 풀고 있는 상황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해석이 있다. 재계에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를 '미국 투자'와 연관짓는 시각이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고 24일 밝혔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주체로 나선다.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표되는 '전동화·친환경',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기술·신사업', 기존 자동차(내연기관)사업 관련 투자를 모두 포괄한다. 이를 통해 한국을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사흘 전 공개된 미국 투자안보다 내용이 다양하고 규모도 방대하다. 미국은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등 전기차 생산체계 구축에 55억 달러를, 로보틱스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두 합해 100억 달러를 살짝 넘긴다. 한화로 약 13조원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국내를 홀대한다는 지적이 불거질까 우려해 재빨리 '통 큰' 투자안을 내놨다고 해석한다. 같은날(24일) 향후 5년동안 국내에 360조를 투자한다고 밝힌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투자안은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먹거리 분야에 450조를 투입하는 게 골자다. 전체의 80%가 국내를 향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가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거라고 보는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이 국내생산과 수출 확대, 고용 증대, 나아가 부품 산업 글로벌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촉진할 거란 설명이다.


근거는 앞선 앨라배마 사례다. 미국 내 첫 완성차 공장 가동이 현대차의 위상을 높였고, 그로 인해 완성차 수출이 늘고 중소 부품사들도 해외진출 기회를 잡게됐다는 것이다. 해외공장이 국내 일자리를 없앤다는 우려와 반대로 양사 직원수도 늘었다. 해외 투자가 현지 뿐 아니라 국내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앨라배마공장 가동 전인 2004년 203억6000만 달러였던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수출액이 지난해 363억8000만 달러로 79% 가량 늘었다. 한국 부품업체에 대한 글로벌 완성차메이커들의 평가가 달라지며 국내 부품사 수출액도 60억1700만 달러에서 227억7600만 달러로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와 비슷한 효과가 이번에도 나타날 거란 기대다. 이른바 '서배너' 효과다. 특히 전기차 공장 건설이 주축인 만큼 국내 전기차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걸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외 언론 스피치를 마친 후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출처:현대차그룹>

정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게 된 데에는 정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환담 성사 과정이나 배경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지만 외국 정상과의 만남이 정부 개입 없이 기업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현대차그룹에 우호적인 스탠스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환담으로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분명한 눈도장을 찍었다. 자동차와 신사업의 주력 무대인 미국에서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데 이견이 없다.

심지어 당초 10여분으로 예정됐던 만남이 50분으로 늘었다. 미디어 발표와 추가 환담이 더해진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브리핑을 한 정 회장의 모습은 백악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단순 미국을 넘어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는 기회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분위기를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더욱 국내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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