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해외 IR 분석]엔데믹·금리상승·최대실적, 한국 은행주 장 열렸다①KB·하나 6월 초 싱가포르 IR, 신한·우리 CEO 해외출장…금융지주사 '저평가 해소' 원년
김현정 기자공개 2022-06-15 08:12:33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로 묶였던 빗장이 풀리면서 금융지주사들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열린 오프라인 네트워킹 기회에 IR업계가 들뜬 분위기다. 국내 금융지주사 외국인 지분율이 70%대까지 오른 가운데 KB·신한·하나·우리금융 모두 글로벌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 더벨은 해외 IR 재개와 맞물려 금융지주사별 어필 포인트와 해외 IR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09:5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IR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한동안 해외활동이 올스톱됐는데 최근 금융지주사들 모두 해외 NDR, 컨퍼런스 참석 등 대면 활동을 재개하면서 속속들이 출국 채비를 하고 있다.때마침 시기도 좋다. 금융지주사들의 강화된 펀더멘탈과 성장 스토리, 최근 대내외적 제반 환경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은행 이익이 든든하게 뒷받침되는 가운데 금융그룹들의 추가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다. 올 초 앞다퉈 발표한 분기배당, 자사주 소각 등은 국내 은행주들의 주주환원 레벨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시켜놓았다.
◇KB·하나도 해외 대면IR 재개, 첫 행선지는 '싱가포르'...신한·우리, 성황리 마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내달 초 CFO가 참석하는 해외 NDR을 예정하고 있다. 목적지는 싱가포르다. 비슷한 시기에 싱가포르에서 씨티(Citi)가 개최하는 아세안 투자자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KB금융은 해당 행사에 컨퍼런스콜로 참석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싱가포르 씨티 컨퍼런스에 직접 참석한다. 이를 위해 IR 실무진들이 6월 7일부터 3박4일 일정의 싱가포르 출장 준비를 하고 있다. 컨퍼런스 일정과 더불어 그간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했던 싱가포르 내 주요 주주들까지 방문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CEO를 필두로 한 해외 IR을 마쳤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을 방문해 해외투자자들을 만났다. 손태승 우리지주 회장은 싱가포르를 찾아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손 회장은 6월 미주 지역과 하반기 유럽, 홍콩 IR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해외 투자자 대상 IR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인한 대면 IR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버추얼 NDR' 등 비대면 IR 방식을 총동원해 글로벌 주주들과 소통했다.
오히려 횟수로는 더 많은 미팅을 가졌다. 2020년과 2021년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의 CEO가 참여한 비대면 NDR 및 컨콜, IR 미팅 건수는 40~60회 정도가 된다. 실무진이 일상적으로 진행한 IR 활동까지 포함하면 수백회가 넘는다. 투자자 접근성·업무 효율성·비용 절감적 측면에서는 비대면 IR이 유리한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장이 풀리자마자 해외 IR이 봇물처럼 열리는 모습은 대면 미팅의 강력한 힘을 방증한다. 현장에서의 교감과 크고 작은 정보들의 교류, 시장 동향 파악 등은 대면 IR이 아니면 얻을 수 없다. 투자자들과 두터운 신뢰를 쌓고 유대관계를 형성하기에도 직접적 소통이 유리하다. 전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못 다했던 활동까지 앞으로 더욱 활발한 IR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2년 반 정도는 버츄얼 IR로 해왔고 주주 접점이 멀어진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직접 만나 스킨십을 해야 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고 특히 신규 투자자 유치는 대면 IR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투자자들과는 쌓아왔던 유대가 있기에 실제 만남의 날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관계자 역시 “IR은 단순한 미팅을 넘어서 ‘소통’과 ‘관계’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우리가 회사의 경영 청사진을 알려야 하기도 하지만 투자자들도 궁금증을 풀어야하기 때문에 올해는 굉장히 액티브한 한 해가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PBR 20~30% 상향요인 충분, 한국 은행주 저평가 탈출의 원년 '기대'
해외 IR 재개와 맞물려 최근 국내 은행주들의 분위기 또한 좋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기라는 호재가 뒷받침돼있다. 금리인상 기조에서는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만큼 은행의 견조한 이자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반기 한국 기준금리 인상은 횟수의 문제일 뿐, 이미 당연한 미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불어 최근 수년 간 금융지주들이 가장 신경 써온 부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였던 만큼 비은행 이익 성장세 역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은행주의 매력도를 높이는 부분은 올 초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이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안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잇따라 자사주 소각 의사결정을 내렸다.
화룡점정은 '분기배당'에 있다. 신한금융에 이어 KB금융도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정례화했다. 하나금융 역시 2023년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을 위해 정관을 변경할 방침이다. 우리금융는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30일로 명시함으로써 분기배당 전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
분기배당은 안정적 이익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분기배당은 꾸준함에 대한 신뢰가 생명이다. 한 번 시작했으면 멈추면 안 되고 중간에 금액이 축소되어도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 분기배당 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회사의 꾸준한 이익 창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올 들어 전반적인 시장 약세에도 외국인들의 은행주 순매수가 잇따르는 것을 놓고 한국 은행주들의 탄탄한 펀더멘털과 더불어 글로벌 선진시장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이 빛을 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한국 은행주의 저평가 문제는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니었다. 작년 기준 글로벌 100대 은행그룹 소속 22개국의 주가수익비율(PER)과 PBR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22개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국내 금융지주사 IR 담당자들은 현재 은행주 PBR 대비 최소한 20~30%는 올라갈 요인들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분기배당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올 초 주주총회에서 정례화를 선언한 만큼 향후에도 분기, 균등 배당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분기배당은 주주환원에 대한 매우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장기투자자 확보 주력...'정확한 주주별 지분율은 알 수 없어'
한국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70%대까지 올라와있다. 현재 전세계 연기금 및 국부펀드, 굵직한 운용사들이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하며 주식을 대량보유하는 중이다.
각 국가의 대표 연기금, 국부펀드 등은 통상 장기적 투자성향을 가진 만큼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핵심 공략 투자자들로 평가된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노르웨이은행(Norges Bank),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중국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 아부다비투자청(ADIA),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 홍콩금융관리국(HKMA) 등 대표적인 각국 국부펀드들은 오래 전부터 한국 은행주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뱅가드, 피델리티, 프랭클린 리소시스, 스테이트 스트리트, 캐피탈그룹 등 역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단골손님이다. ESG경영이 우수한 회사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과 영국계 헤지펀드 에르메스 등도 한국 은행주 비중을 점차 늘리는 분위기다. 네덜란드 로베코자산운용사도 국내 금융지주사 주주로 등장했다.
다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주요 주주들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공시된 곳은 없다. 금융지주사들은 반기마다 영업보고서를 통해 주주 현황을 공개하고 있으나 이는 반쪽 정보에 불과하다. '주주 실체(entity)별'이 아닌, ‘펀드별’로 1% 초과 지분율에 대해서 공시토록 돼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별도 이름이 부여된 매우 많은 펀드들을 운영하고 있다. 공시되지 않은 1% 미만 지분율의 펀드들의 운용 주체들을 따라가 올라 주주 실체별로 집계하면 경영현황에 드러난 주요 주주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들은 “공개된 자료에서 A라는 주주의 지분율이 0.5%p 줄었다 하더라도 A주주 미공개 펀드들의 지분율 합이 그를 넘어설 수도 있다”며 “주주별 지분율은 별도로 분석해야 알 수 있으며, 펀드 이름이 워낙 다양하고 해당 주주의 정체성을 알기 어려운 이름도 많아 내부적으로도 100%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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