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07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축제는 끝났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인수금융 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쉽게 완판되던 과거를 떠올리며 인수금융 주선단에 나섰던 증권사들은 갑작스레 미매각 리스크에 휩싸이자 공포에 빠졌다.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9000억원의 대우건설 인수금융을 조달키로 했는데 최근 그룹 계열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셀다운(재매각)을 마무리했다. 대우건설 딜이 호시절의 막차를 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앞으로 우량한 인수금융이라도 금리 메리트가 낮으면 미매각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인수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 여파가 인수합병(M&A)시장으로 뻗치고 있다. 당장 비싼 가격에라도 사고 보는 과감성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사모펀드(PEF)운용사들 역시 금리 상승으로 기관투자자(LP)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자금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탄이 넉넉한 대기업이나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소수의 PEF들만이 인수 주체가 되면서 코로나19 이후 불붙은 투심이 한층 꺾이고 있다.
분위기 침체라면 일단 버틸만 하다. 그러나 앞서 나열한 것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과거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이 문제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PEF업계는 레버리지를 통한 수익률 개선을 주요 전략으로 삼아왔다. 리파이낸싱, 리캡 등 자금재조달을 통해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낮은 금리로 엑시트 시기를 조율했다.
외국계 PEF인 베어링PEA는 로젠택배를 몇 차례 매각하려 했지만 희망 가격에 맞지 않아 팔지 않았다. 대신 2013년 인수 이후 8년 동안 네 차례의 자본재조정을 통해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 투자금이 회수되자 LP들은 별다른 불만이 없었고 2021년 3700억원에 매각하며 원금 대비 두 배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런 투자 방식은 종종 법으로 금지된 차입매수방식(LBO)의 유사판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었다. 미국에서 유행한 LBO는 인수자금의 80~90%를 차입한 후 구조조정 등을 통해 가치를 높여 되파는 투자 방식이다. 국내 PEF는 그간 투자 이후 회사 성장을 기반으로 대출금을 대폭 늘려 원금을 회수하는 우회적 방식을 취했다. 투자 기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PEF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였으며 로젠택배처럼 성공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자본재조정을 하면 금융비용이 대폭 커져 선택지에서 사실상 지워졌다.
투자금 회수 기한이 도래하는 PEF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쌍용C&E와 같이 우량기업은 펀드 기한을 늘리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적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대다수다. M&A 시장 침체와 밸류에이션 조정, 리캡이라는 '꼼수' 마저 사라진 시대에 엑시트 역량은 PEF의 경쟁력을 좌우할 지표다. 향후 몇 년은 PEF의 진짜 실력을 보이는 생존분투기가 될 것이 자명하다. 힘든 시기에 성과를 내는 실력자가 누구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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