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모빌리티, 로지소프트 인수 노림수는 대리운전 시장 미미한 경쟁력, 관제업체 확보해 활로…MaaS 플랫폼 위해 추진 불가피
이장준 기자공개 2022-06-21 10:48:38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0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업체 간 콜 공유 시스템을 보유한 로지소프트를 인수한다.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편입되며 유선 콜 시장 내 경쟁력이 미미한 티맵모빌리티로서는 인수·합병(M&A)이 제한돼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에 관제업체를 인수하며 활로를 찾았다.직접 유선 콜 업체를 인수한 건 아니지만 로지소프트가 보유한 대리운전 기사 가입자를 티맵(TMAP) 플랫폼에 접목할 수 있다. 추후 진정한 서비스형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MaaS)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면 대리운전 사업을 공백으로 둘 수 없었으리란 분석이다.
◇독점적 경쟁력 지닌 관제업체 인수…대리운전 기사 확보 방점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15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8월 4일 자로 유한회사 로지소프트 주식 1만주(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지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대리 운전업을 주요 비즈니스로 삼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및 강화 차원에서 547억원을 들여 이를 취득하기로 했다. 자기자본의 8.17% 수준이다.
언아웃(Earn-out) 구조로 인수하기에 대금은 최대 597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매각대금 일부를 받고 나머지는 향후 경영성과에 따라 가격을 달리 계약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최근 3년 새 로지소프트의 수익성은 줄곧 약화해 추가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2019년 6억1300만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이듬해 5억6700만원, 지난해 4억3700만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9년 5억3600만원에서 지난해 2억5400만원으로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티맵모빌리티는 최소 로지소프트 매출의 125배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인수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로지소프트가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보유한 사업자인 만큼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현재 유선 콜 대리 업체의 80%가량이 로지소프트가 보유한 대리운전·퀵서비스 통합 솔루션 '로지(Logi)'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지소프트는 커피·디저트 브랜드 '바나프레소'로 유명한 바나플에프엔비와 바나플의 오너이기도 한 송민기 대표가 2003년 설립한 회사다.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한 지 어언 20년 가까이 지났다.
2005년에는 국내 최초 대리운전 콜 공유시스템도 개발했다. 업체 간 콜 공유시스템과 자동 배차·배정 시스템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향상했다.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데 이번에 모빌리티 공급망을 통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관제 영역만 티맵모빌리티 측에 매각하게 됐다.
◇갖은 규제에도 글로벌 MaaS 도약 목표 잰걸음
특히 대리운전 생태계 내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티맵모빌리티 입장에서 이번 딜을 추진하는 게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4일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의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막는 게 골자다.
2025년 5월 말까지 대리운전업 시장에 대기업의 신규 진입을 자제하고 이미 진입한 경우 확장을 자제하도록 주문했다. 유선 콜 업체 M&A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은 현금성 프로모션을 통한 홍보도 자제해야 한다. 해당 시장점유율이 아직 1% 수준인 티맵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사실상 시장을 포기하라는 의미로 읽혔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번 대리운전업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 유선콜 시장에 한정된다.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 현금성 프로모션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다음 동반위 본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번 인수가 합의한 내용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티맵모빌리티는 로지프로그램의 관제시스템과 티맵(TMAP)이 가진 서비스와 데이터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TMAP 내에서 주야간 대리운전, 중·장거리 차량 탁송, 세차·정비·충전 등 카케어 대행, 발렛 등 서비스를 선보이려 한다. 소비자는 다양한 모빌리티 대행 서비스를 누리고 기사 가입자들은 업무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TMAP을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MaaS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PM) 통합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였고 최근에는 서울공항리무진과 공항리무진을 인수하며 비운전자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추후 해외 우티(UT) 서비스 등 모든 교통수단과 연계해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최적의 경로를 안내받고 결제와 예약까지 티맵 플랫폼 하나로 가능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상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데 모을 계획인 만큼 대리운전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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