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물량대응 분주' 씨아이에스, 수주잔고 5000억 육박①작년말 대비 누적 주문량 55% 증가, 2023년 이후 연간 생산액 3600억 확대
김소라 기자공개 2022-07-25 09:16:52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8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씨아이에스'가 고객사 수주 물량 대응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누적 수주잔고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사적인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연내 신공장 건설을 완료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인력 충원을 통해 급증하는 주문량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외형 확장을 위한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씨아이에스의 올해 1분기말 기준 수주잔고는 3050억원이다. 계약된 개별 프로젝트 수는 179건이다. 이어 2분기에만 1900억원 규모의 판매계약을 신규 체결했다. 1분기 누적 수주잔고와 2분기 신규 계약분을 단순 합산하면 납기가 예정된 물량은 5000억원의 수준이다.
◇장비업체 수혜 본격화, 생산인프라 확보 총력
씨아이에스는 2차전지 전극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를 제조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크게 롤 프레스, 슬리터, 코터 등 3가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강점을 가진 분야는 롤 프레스 장비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의 67%를 차지했다. 롤 프레스는 코팅이 완료된 극판에 압력을 가해서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씨아이에스는 압연 두께를 1.3마이크로미터(um)까지 낮출 수 있는 자체 롤 프레스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2차전지 산업에서 장비업체들은 소재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 셀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2차전지 장비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리지 않고 기존 장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2020년 초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2020년 초까지 큰 차이가 없던 국내 주요 2차전지 소재 및 장비업체 간의 시가총액이 지난 2년 동안 많게는 2000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 것도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2차전지 시장의 무게추가 소재에서 장비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배터리 셀 업체의 생산능력 상향 조정에 따라 저마다 각자의 생산라인에 더 많은 장비를 설치하는 게 중요해졌고, 배터리 장비업체 대상의 발주 물량도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셀 업체의 설비투자(CAPEX) 증가분 가운데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전까지는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을 대상으로 한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씨아이에스는 2차전지 장비제조업체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인 수주잔고와 인력 충원 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까지 2000억원대에 머물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발주 물량은 4982억원까지 늘었다. 현재 재직 인원은 약 230명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0% 늘었다. 올해 연말까지 50~60명의 인원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증가하는 수주 물량 대응을 위한 설비투자도 현재 진행 중이다. 씨아이에스는 기존에 두곳의 공장만 운영했으나, 대구 달서구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오는 12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토지 및 생산 면적 기준으로 기존 두곳의 공장 보다 규모가 크다. 이 공장이 증설되면 연간 생산액은 18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적으로 매년 최대 3600억원 수준의 장비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장비 간 호환성 가장 중요, 고객별 맞춤 제작 위한 R&D 지속"
씨아이에스는 장비 생산에 있어 제품 간 호환성을 높이는 것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차전지 장비제조업체의 경쟁력은 장비별로 높은 성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장비 간에 호환이 잘되도록 하는 부분이 최우선적인 평가 요소인 탓이다.
예컨대 2차전지 전해액을 생산하는 소재 업체의 경우 전해액을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배터리 셀 공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사 공장 인근에 생산거점을 구축할수록 수주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과 유사하다. 장비 간 호환성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불량률을 줄이는 부분과도 직결된다.
자체 기술연구소를 통해 장비 설계를 고도화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씨아이에스는 외부에서 원재료를 매입해 와서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즉, 기계 장비 조립을 비롯해 장비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설계 중요성이 높다 보니 연구소에서 이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고객사별로 주문하는 제품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맞춤 제작을 위해선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씨아이에스는 2차전지 소재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4월 고체 전해질 생산을 목적으로 총 2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인 '씨아이솔리드'를 설립했다. 그동안 국책 과제로 진행해오던 전고체 소재부문을 향후 본격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초까지 제조 라인을 구축하고 이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씨아이에스 관계자는 "전고체 시장은 오는 2026년쯤 개화가 예상되는 미래의 먹거리이기 때문에 그러한 흐름에 맞춰 선행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현재 도약기에 접어든 2차전지 시장에서 급증하는 설비 물량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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