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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1조 수주' 피엔티, 부채비율 상승에도 웃는 이유는②수주 폭증 탓 대손충당금 설정률↑…재무건정성 보다 유동성 관리 눈여겨봐야

박상희 기자공개 2022-07-25 07:48:17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9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및 전자소재용 롤투롤(Roll-to-Roll) 장비업체인 '피엔티'의 수주 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수주 실적만 보면 장밋빛 꽃길이 펼쳐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장에선 피엔티의 유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부상으로 이익을 남기고 있지만 정작 현금 부족으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고공행진,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등 최근의 대내외 경제 변수를 고려하면 현금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하는 상황이다. 1분기에 인수한 명성티엔에스 경영 정상화에도 적잖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엔티의 유동성 확보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수주 폭증에도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 개선 효과 '글쎄'

1분기 말 기준 피엔티의 수주 잔고는 1조2167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2차전지사업부의 수주잔고는 8793억원으로 68%를 차지했다. 소재사업부의 수주잔고는 3374억원으로, 26%를 차지했다.

피엔티 수주 잔고는 2020년 이후 많이 증가했다. 2019년말 기준 4383억원이던 수주 잔고는 2020년말 3562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말 기준 8260억원으로 대폭 증가하더니 3개월 만에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2차전지사업부가 신규 고객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면서 수주 잔고를 키운 게 주효했다. 2차전지사업부 수주 잔고는 2020년 2177억원에서 지난해말 5936억원으로, 올해 1분기말 기준 879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수주 잔고 증가는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재무건전성 측면에선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수주금액이 큰 업체들은 영위하는 산업이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 부채비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업체의 매입채무 증가와 선수금 증가로 이어지면서 단기간에 큰 폭의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248.6%를 기록한 피엔티의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2021년 대폭의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2021년말 기준 224.3%로 24.3%포인트(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수주 잔고가 1조원을 돌파한 올해 1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267.3%로 상승했다.

수주 증가와 맞물려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재무적 요소 중의 하나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로 인해 막대한 현금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피엔티가 생산하는 제품은 양산체제가 아닌 주문방식에 의한 특수목적용 산업장비로, 수주물량 납기 생산인력의 수에 따라 생산능력이 결정된다. 또 고객사의 제품 및 제조공정상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주문 제작되기 때문에 수주 이후에는 대규모 투자가 발생한다.

◇차입금 의존도 낮아, CAPEX와 유동성 확보 '밸런스 게임'

피엔티의 투자 규모는 수주 증가와 맞물려 확대일로에 있다. 피엔티는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 약 300억원 투자, 2020년 120억원, 2021년 약 250억원 등 최근 5년간 약 82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700억원 가까이 투자가 집중됐다.

피엔티는 구미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2020년 구미시와 750억원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구미 4산업단지 내에 3만2000평 본사 공장을 신설했다. 2021년에도 기술 경쟁력 강화와 수주물량 증설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해 구미하이테크밸리에 공장을 증설한다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같은 MOU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수주 릴레이를 감안하면 추가 투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피엔티의 자본적지출(CAPEX)은 별도 기준 163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자본적지출만 247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부채비율과 같은 재무건전성 지표보다는 유동성 지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주 이후 실제로 회사에 얼마나 현금이 유입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엔티의 총차입금은 수주 폭증 기간에 큰 변화는 없다. 2020년말 별도 기준 503억원을 기록했던 총차입금은 2021년말 467억원, 올해 1분기 65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12.5%, 8.5%, 10.2%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금성자산의 증가는 매출 및 수익 증대에 따른 선순환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20년말 별도 기준 70억원에 불과했던 피엔티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말 기준 34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 137억원으로 감소했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자본적지출 이외에도 명성티엔에스 지분 확보 등에 소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눈여겨볼 점은 피엔티의 수주 잔고 확대가 가시화된 지난해부터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9.31% 수준이었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지난해 17% 수준으로 높아졌다. 1분기말 기준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16.9%를 기록했다. 피엔티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졸지 않다 보니 도산하는 기업들의 미수금 등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피엔티의 유동성 및 현금 지출과 맞물려 눈여겨봐야 할 요소는 또 있다. 바로 1분기에 인수한 명성티엔에스다. 명성티엔에스는 지난 2월 유상증자 납입대금 50억원이 완료(신주 128만5347주, 지분율 16.84%)되면서 최대주주가 피엔티로 변경됐다. 피엔티는 명성티엔에스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본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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