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A의 실적 자신감…근거는 '2차전지·OSAT·수주잔고' 알찬 IR자료·설명회, 첫 중간 배당 실시…주주친화 정책도 눈길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22 11:29:32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7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회사 SFA가 미래먹거리인 2차전지 장비 수주 증가 덕에 눈에 띄는 외형성장·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전체 수주잔고도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어느 때보다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연결 실적으로 반영되는 자회사 SFA반도체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모회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SFA의 기업 가치 향상을 이끌 재료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사상 첫 중간배당 실시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2차전지 성장세, 수주잔고 최고
17일 SF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회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성장한 8130억원, 영업이익은 22.3% 증가한 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11.3%다. 회사 측은 신사업으로 육성한 2차전지와 유통 사업 부문 수주 매출이 크게 증가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SFA 대표는 전날 진행한 'SFA 및 SFA 반도체 2022년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2차 전지 부문에서는 공정 장비 수주 확대, 해외 고객사 신규 확보, 연료전지 수주 확보 등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169% 성장한 2611억 원을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폭발 가능성이 있는 불량품을 사전에 걸러내는 '외관검사장비'와 '컴퓨터단층촬영(CT) 비파괴 검사기'도 신성장 동력인데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 주력 고객사인 SK온의 헝가리와 미국 신규 공장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외관검기와 비파괴 검사기 등의 수주는 계속 늘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신규 장비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노칭(전극 극판을 잘라내는 장비), 스태커, 전해액 주입기 등의 사업화를 상반기 해냈다.
김 대표는 "향후에도 2차 전지, 유통, 반도체 등 고성장이 기대되는 사업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2차전지 부문의 경우 국내 빅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유럽, 미주로 고객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수주잔고다. 상반기 말 기준 9141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2018년 말 이후 5년 내 최고 수준이다. 김 대표는 "향후 회사의 매출이 상당한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주가 확정됐더라도 고객사와 세부 계약 조건이 협의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수주액이 포함되지 않는데, 수주 확정이 됐지만 공시 수주액으로 산정되지 않은 수주 건도 과거 대비 상당히 증가했다"며 "2차전지, 유통 부문에서 새롭게 개발된 장비가 적용되거나 대형 양산라인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라 상세 계약 스펙 협의에 과거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OSAT 자회사 SFA반도체 매각 진행하지 않는다"
국내 4대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외주기업(OSAT) 중 하나인 자회사 SFA반도체의 성장도 눈에 띈다. SFA반도체는 연결 종속회사라 실적이 SFA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SFA반도체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07억원, 4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 40.6% 성장했다.
SFA반도체의 주력 패키징 제품은 디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로, 삼성전자 전용 공장을 두는 등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맺고 있으나 비메모리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왔다.
이를 위해 지난 몇 년간 범핑 사업에 투자금을 쏟아부었는데, 범핑 부문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성장 기반을 확실히 다졌단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범핑이란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기판)에 동그란 공모양의 금속 접속단자(범핑)를 다는 작업을 말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에서 필수 공정인데 전 세계적으로 OSAT 업체에 맡기는 외주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WLP(Wafer Level Packaging)와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등 고부가가치 패키징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SFA의 향후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매각 불확실성도 걷어냈다. 김 대표는 SFA가 SFA반도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묻자 "SFA반도체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라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회사는 경영권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돋보인 '기업가치제고·주주친화' 노력
다만 기업가치 제고는 숙제다. SFA의 전날 종각 기준 시가총액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2017년 말 시가총액 1조4000억원대 안팎에서 형성됐는데 그 사이 매출처 다변화를 이뤘음에도 시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회사가 이룬 사업 다각화, 매출처 다변화 결실이 실제 기업가치엔 아직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김 대표가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펴며 가치 제고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SFA는 44쪽에 달하는 충실한 기업설명회(IR) 자료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실적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애널리스트는 물론 기자들과 개인 투자자에게도 직접 실시간으로 질문할 기회를 열었다.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 투자자와 언론이 회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 이뤄졌고 김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행보를 보였다.
창사 이래 첫 중간배당도 결정했다. 오는 29일 주주들에게 보통주 1주당 350원씩 총 120억원 규모 현금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중간배당은 주주친화정책이란 점에서도 의미 있지만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대표는 "주가 변동성 관리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주친화정책을 지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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