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경제학 2.0]삼성 반도체, 만만치 않은 업황...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⑥부품-완성품 부문별 조율, M&A와 대외활동 키 쥔 JY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24 11:06:53
[편집자주]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정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이슈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사면복권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후 내놓은 첫 메시지는 역시 반도체였다. 이 부회장은 19일 개최된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착공식에 참석한 뒤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임원진들과 사장단 회의도 진행했다.이 부회장이 첫 대외 행보로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것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총수로서 오너의 역할론이 얼마나 부각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각 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작동하고 있으나 각 부문장이 그룹의 주력사업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큰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특히 반도체 사업만 해도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메모리부터 비메모리 분야(시스템 반도체 설계·파운드리), 세트(완성품)까지 다 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사업부문 간 조율해야 할 이슈가 많고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각 부문별 사업을 조율하고 진두지휘할 강력한 리더십과 결단력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녹록지 않은 반도체 사업 환경은 삼성전자를 더욱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며 맹추격 중이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1위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간 점점 더 첨예해지는 패권 다툼은 삼성 반도체에 어느 한 시장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처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엔 복귀한 이 부회장이 중심을 잡고 돌파구를 찾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지원TF 정점 JY, 부문별 조율 역할 해내야
삼성전자 DS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를 총괄하는 인물은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다. 휘하에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각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다. 세트 쪽은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이끌고 있다.
각 부문장들은 사업부 수장으로서 큰 역할과 책임,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다양한 사업부를 아우르고 그룹의 청사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총수 부재 상황에선 삼성 전자계열사의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의 수장 정현호 부회장이 그 역할을 해왔으나 역시 오너 경영인 없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 한 인사는 "부문장이 오퍼레이션 관련 결정은 하지만 큰 의사결정을 내리긴 힘들다"며 "또 부문끼리 조율하는 것은 삼성 구조상 부문장이 할 수 없고 이는 사업지원TF를 제어하는 이 부회장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사태로 시스템LSI사업부와 MX사업부의 경쟁력 약화 문제가 불거진 것도 두 사업부문 간 조율이 잘 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최근에서야 MX 인력을 시스템LSI사업부 쪽으로 보내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전까진 MX와 시스템LSI 사업부 간 유기적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단 얘기다.
◇M&A, 대외활동 등 성과도 중요할듯
이 부회장이 복귀한 만큼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M&A와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30년까지 세계 1등 파운드리가 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도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파운드리 시장은 한마디로 '쩐의 전쟁'이다. TSMC뿐 아니라 파운드리 재도전을 선언한 미국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도 수십조원의 새 투자계획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확정해 시장에 새롭게 발표한 파운드리 투자금액은 170달러(약 20조원)다. 순현금만 100조원이 넘지만 투자 경쟁에선 경쟁사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투자결정을 내렸다 하면 수십조원이 움직이는 데다 설비투자가 이뤄지면 엄청난 감가상각비를 각오해야 한다. 오너 경영인이 결단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업의 특성이다.
M&A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려면 M&A 전략을 잘 활용하는 게 과제로 지적되나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업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언제나 성패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M&A에서 '빅딜'을 총수 결단 없이 진행하기란 불가능하다.
대외 활동을 통해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총수인 이 부회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삼성전자의 우군이 될 미국과 유럽 등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져온 이 부회장의 존재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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