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빅4 경영분석]삼양식품, 이사회 변신 키워드 '외풍+수출'오너 리스크·글로벌 도약 변곡점, 사외이사 대거 선임 '지배구조 선진화' 방점
이우찬 기자공개 2022-09-21 07:44:15
[편집자주]
인구 절벽으로 국내 식품시장이 정체기에 빠진 가운데 라면시장도 양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라면사업 외길을 걸어온 주요기업들은 저마다 살길을 모색 중이다. 사업을 다변화하고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의 사업 현황과 재무 상황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은 불닭면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상법상 의무 요건이 아닌데도 전문위원회를 설치했고 적극적인 외부 인물을 영입하며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에 공을 들였다. 수출기업으로 도약과 오너 일가가 겪은 법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감사위·사외이이사후보추천위 등 선제 설치
삼양식품의 올해 6월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계는 7672억원이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돼야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가 발생하지만 삼양식품은 선제적으로 감사위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배구조 평정 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하는 보상위원회도 꾸렸고 ESG위원회도 구성했다.
삼양식품 이사회는 지난해 질적, 양적으로 분수령을 맞았다. 사외이사 규모가 크게 늘었고 정기주주총회를 통한 정관 변경을 거쳐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 설치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이는 이사회 산하 다양한 위원회 조직을 한꺼번에 만든 계기가 됐다.
전문위원회 설치로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하며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삼양식품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동수를 기록한 것은 2021년이 처음이다.
사내이사는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 문용욱 상임고문(이사회 의장), 장재성 대표이사 부사장, 김동욱 생산본부장 등이다. 주로 외부 출신 인재가 배치돼 활약하고 있다. 해외 수출 확장에 기여한 문 상임고문과 자금 조달, 사업 재편 총대를 멘 장 부사장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사외이사 4명은 정무식 법무법인 공감 파트너스 변호사, 홍철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이희수 예교지성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강소엽 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 소장 등이다.
사외이사는 양적으로 증가했고 질적으로 다양해졌다. 2010년대를 보면 삼양식품의 사외이사는 경영진 견제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구조였다. 2005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세민 전 현대산업개발 부사장은 2017년 3월까지 10년 이상 재직했다. 지배구조 평정 기관들은 6년 이상의 장기 재직 사외이사는 독립성 흠결 요건으로 판단한다.
과거 내수기업에 머물렀던 삼양식품 이사회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운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보통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구조였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줄곧 사내이사 3명 중 2명이 특수관계인인 김정수 부회장과 그의 배우자인 전인장 전 회장이었다. 2018년까지 두 사람은 동시에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이사회 변신에는 법적 리스크라는 외풍과 수출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사업으로 매출 규모가 커지고 오너 일가가 법적 리스크를 겪은 뒤인 지난해부터 이사회 규모가 커졌다. 개방성·투명성 등 질적 측면에서도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2016년 기준 삼양식품의 내수 매출 비중은 74%였다. 불닭면의 수출 실적에 힘입어 5년 후 이는 180도 바뀌었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는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변모했다. 해외법인도 일본, 중국, 미국에 세웠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층 더 투명하고 전문성있는 이사회를 구성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됐다.
삼양식품은 이사회와 경영진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선진형 지배구조 구축을 방향성으로 설정했다. 과거 내수기업에 머물며 오너 일가 중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에서 탈피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사회 변화를 채찍질 한 요소로 해외사업의 성장 과정에서 불거진 오너 리스크가 있다. 김 부회장과 전 전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2018년 기소돼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재작년 10월이 돼서야 취업제한이 풀리며 22개월 만에 대표로 복귀했다. 해외사업 성장 속에 어두운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했고 삼양식품은 경영진은 이사회 개혁을 적극 수용했다.
삼양식품 관계는 "ESG 요소가 갈수록 중요해진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시스템 경영을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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