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애널 릴레이 인터뷰]"경기둔화 가능성, 예의주시 업종 석화·건설·캐피탈"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딧애널 "신용도 상향 기조 정점…내년부터 하향세 본격화"
이상원 기자공개 2022-10-18 13:15:01
[편집자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몰고 온 '퍼펙트 스톰'으로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위축되자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경색된 데 이어 크레딧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얘기를 더벨이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3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 3사가 실시한 정기평가에서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전반적으로 상향 기조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기업들이 유동성을 대거 확보한 데다 실적을 개선한 결과다.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됐다. 하반기부터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본격적으로 가해지는 모습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석유화학·건설 등 시황에 민감한 업종에서부터 신용등급이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캐피탈사 역시 예의주시해야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버틸 여력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당장 강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둔화 현실화에 석유화학·건설사 타격
김 연구원은 "올 상반기 신용등급의 상향 기조가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경기 둔화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금리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급등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환율상승까지 이어지며 투자와 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결과다.
김 연구원은 시황에 민감한 업종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중에서도 지난 몇 년간 설비투자(CAPEX)에 집중해온 석유화학 기업들이 가장 먼저 꼽힌다.
그는 “지금도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제품 가격을 크게 인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줄 수 밖에 없다"며 "그동안 CAPEX 투자를 많이하면서 석유화학 업종이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설사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하향조정했다. 등급전망도 '부정적'을 달면서 추가 강등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붕괴사고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금리 변동성 확대로 부동산 PF 관련 재무부담이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PF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이와 관련한 리스크 보고서를 잇따라 내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지금의 분위기가 당장 버틸 여력이 있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감소폭이 얼마나 확대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석유화학·건설사들이 지난 3~4년 동안 재무안정성을 강화하면서 버틸 여력은 생겼다"며 "신용평가사들이 당장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하는 것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피탈사, 제2의 저축은행 사태는 없을 것
김 연구원은 "캐피탈사의 약화된 수익성이 당장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기관의 가장 큰 걱정은 캐피탈사들의 자산건전성"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영업자에 대한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가 지난 9월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시장에서는 향후 종료시 부실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 부실이 늘어나면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저축은행사태가 캐피탈사에서도 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의 우려는 크지만 김 연구원은 당장 연체율이 크게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영업자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등이 연장되고 있다보니 당장 손실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도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PF 대출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캐피탈사들이 영업자산 가운데 부동산PF 관련 대출 비중을 늘려왔다. 캐피탈사의 핵심 영업자산이던 할부리스금융 시장을 은행과 카드사가 독식한 결과다. 이에 캐피탈사는 할부리스금융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확대하며 부동산금융 비중이 늘렸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입주 리스크가 있는 게 아니다. 브릿지론 리스크는 있겠지만 적어도 은행계열 캐피탈사의 등급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2의 저축은행, 카드사태는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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