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사 인재영입 대전]인화의 LG전자 달라졌다…'삼성 출신' 줄줄이 스카웃④구광모 뉴 고객경험 특명…SK·제일기획 등 기웃, 디자인·마케팅·플랫폼 전문가 영입
손현지 기자공개 2022-10-27 13:07:31
[편집자주]
전자업계에 인재 확보전이 한창이다. 순혈주의가 짙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조차 헤드헌팅을 위해서라면 경쟁사 인력을 빼오는 것도 감수할 정도다. 이전에 하지 않던 로봇, 6G, 메타버스, ESG 등 신사업에서 퍼스트무버가 되려면 전문성이 절실한 까닭이다. 최근 1~2년 전자업계에 임원급으로 합류한 뉴페이스들의 면면을 분석하고 그들이 부여받은 임무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사업방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5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맨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다."재계에서 유독 '순혈주의' 문화가 강했던 LG전자가 변화하고 있다. 사업범위가 넓어지고 전문성을 요하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순혈주의는 힘을 잃었다. '인화'(人和)를 강조하며 조직간 화합을 강조하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탈피하고 실리를 취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가전업계의 트렌드 변화도 한 몫 한다. 하드웨어 성능 경쟁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얼마나 획기적인 고객경험(CX)을 창출하는지 여부가 신규 고객들을 락인(Lock-In) 할 수 있는 요소로 부상했다.
임원급 라인업도 크게 바뀌었다. 이전에는 LG전자 혹은 LG계열사 출신으로만 채워졌다면, 최근 1~2년간 외부 출신 임원 기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삼성 등 외부에서 스카웃한 임원은 총 18명에 달한다.
LG전자에 유입된 외부임원 중 삼성 출신은 총 4명(장문석 전무, 조병하 전무, 이현철 상무, 이민 상무), 이 중 3명(조병하·이현철·이민)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합류했다.
삼성과 LG는 전자업계 양대산맥을 이루는, 가전분야에선 숙명의 라이벌을 이루는 관계다. 적진과의 인력교류는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렵고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유능한 인력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방증이다.
LG전자는 구광모 LG 회장 체제에서 경영전략을 리뉴얼했다. 신사업 발굴과 더불어 기존 사업 분야에선 '선택과 집중'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던 모바일과 태양광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고 경쟁우위에 있던 가전 비즈니스에 온 힘을 싣기로 했다. 이미 글로벌 가전 강자 월풀을 제칠 정도였지만, 쐐기를 박을 만한 무기를 장착하기로 했다.
LG전자는 가전제품 간 '연결성'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LG 씽큐(LG ThinQ)라는 플랫폼 앱을 주축으로 LG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을 디지털로 연결시키는데 주력했다. 플랫폼 앱이 상용해 고객들의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만 있다면 기반으로 고객들의 가전 사용빈도, 니즈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차별화된 고객경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자산인 셈이다.
LG 인재영입 키워드도 플랫폼 전문성과 연관된다. 올초에는 TV와 가전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앱 전문가인 조병하 전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부문의 HE플랫폼사업담당직을 맡겼다. 조 전무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며 갤럭시 스마트폰 앱 생태계를 관리했던 인물이다. 최근까진 삼성 자회사 하만에서 차량용 앱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삼성의 TV혁신에 기여했던 이민 상무를 스카웃 한 이유도 비슷하다. 이 상무는 작년 하반기 LG전자의 'TV고객경험혁신' 임무를 띄고 합류했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초고해상도(UHD) 커브드 TV 등 기존 틀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TV 카테고리를 개발해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성과를 인정받아 부장에서 상무로 조기 승진했던 이력이 있다.
◇LG가전에 브랜드를 입히다, 고객경험 전문가로 채웠다
LG전자의 최근 일년 사이 신규임원 라인업을 보면 인력풀은 다양해졌다. 상품 '디자인' 대가로 불리는 황성걸 홍익대학교 교수(전무)를 영입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LG전자가 올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신설한 조직, 고객경험랩 CX(Customer eXperience) Lab 조직 수장으로 선임했다.
CX Lab 조직은 구광모 ㈜LG 대표가 중시해온 디자인 ·브랜드 경영의 연장선이다. 삼성의 비스포크 흥행 사례처럼 디자인에 새로운 고객경험의 요소로 자리매김하자 담당자를 별도로 지정한 것이다. 황 전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등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한 경험이 있다.
브랜딩 담당 임원급 인력도 외부에서 수혈했다. 미국의 다국적 생활용품업체인 P&G에서 브랜드마케팅 수장을 맡았던 김효은 상무를 영입해 글로벌마케팅센터 산하에 브랜드매니지먼트담당직을 맡겼다.
사업부문별로도 마케팅 전문가들을 별도로 배치했다. 가전사업을 영위하는 H&A부문부터 TV사업을 담당하는 HE부문 등 채용범위도 세분화했다. LG 가전플랫폼인 'LG씽큐' 앱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는 마이크로소프트·IBM 출신 염장선 상무를 발탁했다. 염 상무는 LG씽큐앱과 연동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가전 품목을 늘리는데 주력한다.
올초 H&A부문 내 신설된 'H&A고객혁신담당' 수장으론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상무)를 선임했다. 이 상무는 학계와 실무업계를 넘나들며 공간 디자인과 소비문화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유위니아, SK건설 등 유수의 기업들과 함께 상품기획 프로젝트를 해온 경력이 있다.
TV브랜드 제고를 위해 제일기획 출신 오혜원 상무(HE브랜드커뮤니케이션담당)을 영입하기도 했다. 디지털커머스 담당자들도 뉴페이스들을 채웠다. 강데이비드 전무, NIKE 등에서 커리어를 밟아온 정순호 상무를 영입했다.
성과주의 인사 기조도 엿보인다. 온라인 판매 증진에 기여한 장진혁 전무(한국마케팅커뮤니케이션그룹장)은 SK플래닛 11번가에서 LG전자로 합류한 지 일년 밖에 안됐지만 올초 상무에서 전무로 파격 승진한 케이스다. 온라인 판매량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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