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벤져스 DX' 완성…LG·퀄컴·메타맨 합류 [테크사 인재영입 대전]①사장단 삼성인력개발원 긴급회동…XR기기·6G통신 분야 전문가 헤드헌팅
손현지 기자공개 2022-10-18 13:17:58
[편집자주]
전자업계에 인재 확보전이 한창이다. 순혈주의가 짙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조차 헤드헌팅을 위해서라면 경쟁사 인력을 빼오는 것도 감수할 정도다. 이전에 하지 않던 로봇, 6G, 메타버스, ESG 등 신사업에서 퍼스트무버가 되려면 전문성이 절실한 까닭이다. 최근 1~2년 전자업계에 임원급으로 합류한 뉴페이스들의 면면을 분석하고 그들이 부여받은 임무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사업방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4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불확실한 시장변화 속에서 삼성이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는 것 뿐이다". 지난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했던 발언이다.최근 전자업계에 '적진'에서 임원급 인재를 모시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국내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각각 반도체와 가전 분야에서 글로벌 톱 지위에 있을 지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선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변화를 수용해야한다는 판단이다.
외부영입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임원급 인재를 영입할 땐 전문위원이나 연구위원 직위를 부여했지만 지금은 부사장, 전무 등 직책을 단번에 부여하는 기조가 짙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구광모 회장 등 그룹 CEO들이 직접나서 임원을 영입하는 일도 잦아졌다.
뉴페이스를 보면 그룹의 방향성도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삼성의 눈에 띄는 인사기조 중 하나는 입지가 약해졌던 가전사업 재건을 위한 전문가 영입 행보다. M&A,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등을 기용해 이 부회장의 '뉴삼성'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 6G통신, 인공지능(AI) 등 인프라 분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재수혈 움직임도 엿보인다.
LG전자는 가전명가 위상을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를 파생시키고 있다. 제품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결성'에 방점을 두고 플랫폼 네트워크 전문가를 대거 발탁하고 있다. 가전 렌탈 분야에서도 경쟁사 인력을 영입해 단기간 내 노하우 취하기에 나섰다.
◇가전 재도약 위해…삼성 DX 키맨 물갈이
지난 6월 삼성 사장단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긴급회동을 가졌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S급 인재 유치'를 강조한 만큼 미래 먹거리와 인재 육성 계획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인재중시' 경영기조는 삼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올들어 외부 전문가 영입 전략이 더욱 과감해졌다. 상반기에만 20명 가량의 인재를 수혈해 임원급에 배치했다. 영입분야는 반도체, 통신, 모바일, 인공지능(AI), 마케팅·법무,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 다양했다.
특히 DX부문 리더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DX부문은 가전(CE)과 모바일(IM)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한 조직이다. 가전과 모바일은 상대적으로 그룹 내 이익기여도가 낮은 편이라 중요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 혁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작년 7월 LG전자 출신 최영준 상무를 영입한 게 파격적이었다. 생활가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전자 인재를 생활가전 전략마케팅 전면에 배치한 사례였다. 그야말로 적진에서 인물을 빼올 정도로 생활가전 재건 의지를 내비친 상징적 사례이기도 했다.
올해 DX부문은 새로운 사용자경험(UX)를 발굴하기 위한 전문인력으로 변화를 꾀했다. 스마트싱스 등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조 속에 지난 2월에 에어비엔비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활동했던 서치영 디렉터를 MX 모바일플랫폼센터 상무로 발탁했다. 같은 시기 영상디스플레이 Enterprise Business팀 수장으로 스마트 사이니지 솔루션 노크(Knowck) 출신의 이양우 상무를 영입했다.
지난 8월에는 신사업 추진과정에서 업계 스타 군단을 섭외했다. 이지별 부사장(글로벌마케팅센터 그룹장)과 정성택 부사장(신사업 TFT장)이다. 이 부사장은 구글 크롬 출시 초기 홍보를 맡았으며 2011년부터 페이스북에서 전사 마케팅을 전담했던 마케팅 전략가다. 미국 경영 매거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디자이너 5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신설된 크리에이티브&소셜미디어그룹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통합적인 디바이스 경험을 강조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과 함께 새로운 조직 문화를 도입하고 아이디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인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 역시 인수합병(M&A) 등 포트폴리오 관리를 염두에 두고 영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 독일 통신사 도이치 텔레콤, 컨설팅 업체 매킨지 등 대형 IT·컨설팅 기업 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모보탭 등 스타트업 운영 경험까지 두루 갖춘 인재로 평가된다.
◇메타버스 기기 도전, 메타 인재 영입
지난 5월에 영입한 메타(옛 페이스북) 출신 윤가람 상무도 주목할 만하다. 윤 상무는 MZ세대 임원으로 삼성리서치 스마트디바이스팀 VR책임자를 맡았다.
직전 메타의 자회사 오큘러스VR에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기기 모델링 작업을 담당해왔다. 오큘러스 VR은 게임이나 가상현실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웨어러블 고글 스타일 헤드셋을 개발하는 회사로 업계 1위다.
삼성 역시 메타버스 기기(AR·VR글라스)를 미래먹거리로 보고 선제 개발에 나선 상태다. 윤 상무는 XR기기 사용자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왜곡현상, 화질 한계 개선 연구 분야에서 정평나 있는 인물이다. 애플에서도 카메라 하드웨어와 관련해 광학기술을 개발했던 경력이 있어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
◇6G 선봉장 영입
미래 인프라 경쟁력 확보 차원의 인재수혈도 눈에 띈다. 올해 2월 삼성리서치 글로벌 AI센터에 합류한 조훈영 상무(게임사 엔씨소프트 출신)과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권환준 부사장(퀄컴 연구원 출신)이 대표적이다.
권 부사장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13년 가량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인텔과 퀄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거친 후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온 케이스다.
친정복귀에는 6G 기술 개발 선봉장 역할이 절실했던 이유가 컸다. 6G 기술은 메타버스, 자율주행, VR 등을 가동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통신 기술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는 미래 성장 사업 중 하나다. 직전까지 퀄컴에서도 5G와 6G 연구와 표준화 작업을 맡았던 만큼 이 부회장의 신뢰도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작년 말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통신도 AI,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며 2년 전부터 6G개발팀을 꾸려 준비하고 있다"라며 6G 시장진출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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