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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카운트다운, 지배구조 전문가 속속 영입 [테크사 인재영입 대전]②ISS·블랙록·LG화학 출신 스카웃…'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8.51% 처리 관건

손현지 기자공개 2022-10-19 12:42:26

[편집자주]

전자업계에 인재 확보전이 한창이다. 순혈주의가 짙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조차 헤드헌팅을 위해서라면 경쟁사 인력을 빼오는 것도 감수할 정도다. 이전에 하지 않던 로봇, 6G, 메타버스, ESG 등 신사업에서 퍼스트무버가 되려면 전문성이 절실한 까닭이다. 최근 1~2년 전자업계에 임원급으로 합류한 뉴페이스들의 면면을 분석하고 그들이 부여받은 임무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사업방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7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뉴삼성' 출범을 앞두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한창이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지배구조 전문가들을 영입해 뉴삼성 비전 밑그림을 그리는 업무를 맡기고 있다. 의결권자문사와 기관투자자 간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오너일가의 지분구조 재편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LG화학 등 타사에서 ESG전략 구축 경험이 있는 인물들을 발탁한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최근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신 환경경영' 전략을 선포한 만큼 당분간 외부 전문인력들을 지속 기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IR팀 전면에 등장한 오 다니엘 부사장

지난 3월 삼성전자 IR팀에 한 유명인사가 합류했다. 지난 20년간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탄탄한 권위를 지닌 오 다니엘 부사장이다. 오 부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2008~ 2013년)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2014~2016년 6월), 금광업체인 베릭골드(2016년 7월~2019년 6월) IR팀등을 거친 인물이다.
*(왼쪽부터) 정인희 상무, 오다니엘 부사장, 서현정 상무

ISS 재직 당시 글로벌 기업 투자자들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배구조 자문역으로 활약했다. 이후 블랙록에선 투자 관리 부사장을 지내며 1300개 넘는 북미, 유럽 기업의 ESG 문제 해결에 일조했다. 삼성 합류 직전까지 글로벌 지배구조 전문 컨설팅 업체인 머로우소달리(Morrow Sodali)의 매니징 디렉터로 활약하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삼성전자가 오 부사장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지배구조 재편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져 있다. 삼성물산 지분 31.63%를 보유한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초미의 관심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의 향방이다. 삼성생명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 행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이 부회장은 전자 지분 보유율은 낮지만,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18%)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전자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사후 지분 상속으로 삼성생명의 2대 주주(10.4%)로 등극한 뒤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상태다.

현 지배구조의 맹점은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배력이 낮아질 경우 오너일가의 전자 영향력 또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어떠한 방식으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사 자산운용 규정상 보험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전까지 삼성은 보험사 보유 주식의 자산 평가를 취득원가로 했기 때문에 '3% 룰'을 비껴갈 수 있었지만, 개정안은 이를 시가로 바꾸도록 했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총 자산 315조원을 기준으로 시가로 계산하면 삼성전자의 주식 비중은 10%에 달하는 상태다.
삼성 수뇌부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삼성은 작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로부터 지배구조 개편 컨설팅을 받았다. 여기서 작성된 지배구조 보고서를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의 명확한 지배구조 개편 그림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계열사간 지분 매각·분할·합병 등이 불가피해보인다.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 오 부사장을 영입했다. 오 부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행동주의 투자자 공격에 대비하고, 의결권자문사와 기관투자자 간 원활한 관계 유지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ESG공시 의무화…부문별 전략가 발탁

삼성은 올 초부터 ESG 재정비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비재무적 요인인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초강수를 둔게 방아쇠를 당겼다.

삼성은 CEO 직속 조직이자, 그룹 ESG 컨트롤타워격인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에 LG화학 ESG전략 EA(Expert Advisor) 출신인 정인희 상무를 스카웃했다. LG화학은 정 상무 영입후 눈에 띄게 ESG분야에서 선도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기업 최초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을 선언한 바 있다.

부문별로 ESG전문가를 투입한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삼성 반도체부문(DS) 내 경영지원실에 서현정 상무를 별도로 배치했다. 서 상무는 아마존, 애플, 삼성, 넷플릭스 등을 고객사로 두는 등 50년 업력의 세계 최대 ESG 컨설팅 기업 ERM 코리아 대표 출신이다.

반도체 ESG 전담임원을 채용한 건, 탄소중립 이슈에 있어서 반도체 해결책 도출이 우선순위라고 판단해서다. 반도체는 대규모 증설이 뒷받침되야 하는 만큼 전력 소모가 불가피한 산업군이다. 저렴한 전기사용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할 경우 전력 구매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반도체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로선 글로벌 트렌드인 RE100 이니셔티브에도 섣불리 동참할 수 없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RE100선언은 단순한 약속이 아닌,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해야 했다. 애플, 구글, BMW, 이케아 등 300여곳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과는 사정이 달랐다.

삼성은 지난달 30여년만에 신 환경경영전략을 제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인 만큼 1992년 이후 새롭게 제시한 환경 비전 발표 의미는 남다르다"며 "향후에도 외부 전문인력 영입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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