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펀딩의 신'을 위하여 [thebell desk]

박창현 기자공개 2022-10-20 08:28:1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 사모펀드(PEF) 대표는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위해 한 기관투자가(LP)를 찾았다. 담당자는 PEF 대표에게 "이번 딜이 인생을 걸 만큼 중요하고 자신있는 거래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회적인 거절로 받아들였다.

#요즘 시장에서는 LP에게 딜을 가져가 투자 검토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결례라는 말이 돌고 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출자 요청을 하는 것 자체가 '눈치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펀드 결성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모 PEF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치 없는 하우스가 되고 말았다.

치솟은 금리로 인해 대체투자 펀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가장 리스크가 낮다는 선순위 인수금융 금리가 8%에 달하는 현실이 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관 입장에선 은행 예금만 넣어도 이자가 안정적으로 나오는데 굳이 고위험 투자 자산을 담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 시국에 괜히 투자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 모 난 돌이 되지 말자는 심리가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투자 기회를 찾는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전쟁 통에도 사랑은 싹튼다는 말처럼.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이하 웰투시)와 우리프라이빗에쿼티(이하 우리PE) 컨소시엄의 넥스플렉스 인수 딜이 대표적이다.

넥스플렉스 M&A도 사연이 많다. 매각자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연초 시장에 내놨고 PEF 운용사 'JCGI'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JCGI가 투자금 펀딩에 어려움을 겪자 거래 상대방을 웰투시-우리PE 컨소시엄으로 변경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이미 한 차례 딜이 어그러진 탓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새로운 원매자를 택했다. 여기에 신규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 중이라 이번 딜의 성사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기존 LP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고 성과를 입증하면 새로 돈을 받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 중 가장 믿을 만한 곳이 웰투시와 우리PE였다. 두 하우스 모두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투자 트랙레코드도 훌륭했다. 합리적이고 지극히 합당한 결정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혹자는 천재지변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잘 나가는 하우스조차 시장에서 돈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 난이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최근 만난 한 LP는 웰투시와 우리PE가 넥스플렉스 인수자금을 모두 모아오면 앞으로 그들을 '펀딩의 신'이라 부르겠다고 공언했다.

각종 악재 속에서도 거래 당사자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고심 끝에 분할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내 지분 60%만 거래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넘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인수자의 펀딩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시장 리스크를 관리하자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성 리스크가 가중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PEF들은 딜을 메이킹해야 한다. 존재 이유이자 유일한 생존법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수많은 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고민 속에서 답을 찾아왔다. 웰투시와 우리PE 역시 머리를 싸매고 있다.

결과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들의 분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 과정 자체가 중요한 이유다. 시장을 탓하기보다는 직접 부딪혀 싸우는 도전자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신화 속 신들은 고난 속에서 성장하고 각성한다. 뻔하고 진부한 과정이지만 울림을 준다. 수 천년이 지난 현재에도 신화가 널리 읽히는 이유다. 웰투시와 우리PE는 '펀딩의 신'이 될 수 있을까. 비극일지, 희극일지, 대서사극일지 모를 이야기가 이미 시작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