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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 성일하이텍 군산공장 "폐배터리 재활용 마법이 일어나는 곳"①블랙 파우더가 총천연색 보석 컬러로 재탄생..."니켈·코발트·리튬 생산 삼매경"

군산(전북)=박상희 기자공개 2022-12-16 07:20:37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재활용 사업은 전기차 시장 본격 개화와 함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선도업체는 자타공인 ‘성일하이텍’이다. 성일하이텍이 폐배터리에서 황금알(코발트, 니켈, 리튬 등)을 뽑아내는 둥지는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2일 방문한 성일하이텍 군산 공장은 새만금 바다로부터 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바닷바람이 그대로 공장까지 불어오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더 낮게 느껴졌다. 새만금 산단 평균 기온은 실제로 군산 시가지보다 2도 가량 낮다고 한다. 바깥 날씨와는 달리 폐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뽑아내는 공장 내부 열기는 뜨거웠다.

◇전처리 공장 3개, 후처리공장 6개...3공장 증설 중

성일하이텍 본사 공장은 크게 제1공장, 제2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합쳐서 1만5000평에 달하는 규모다. 1공장과 2공장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 분리돼 있다. 성일하이텍은 1~2공장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약 3만평 부지의 제3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3공장 목표 생산량은 연간 1만톤에 달한다.

군산공장 생산을 총괄하는 정철원 제조부문장(전무)은 “현재 1공장은 직원 복지동을 신축하는 등 공사가 한창”이라며 “성일하이텍의 자랑인 하이드로센터가 모여 있는 2공장을 집중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성일하이텍 공장 전경

1~2공장 단지에는 십여개 건물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각각의 건물 밖에는 페인트로 알파벳 W, R, H, 그리고 숫자가 그려져 있었다. 각각 창고(Warehouse), 리사이클링(Recycling Park), 하이드로센터(Hydrocenter)의 약어였다. 군산 1~2공장은 W동 2개, R동 3개, H동 6개로 이뤄져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크게 해체-열처리-파·분쇄-침출-용매추출 과정을 거친다. 폐배터리에 남아있는 전력을 방전시키고 해체한 뒤 불순물을 제거한 양극재 분말 ‘블랙 파우더’를 만드는 것이 전처리 공정이다. 알파벳 ‘R'이 쓰여진 공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 배터리 분말로부터 용매추출 등의 공정을 거쳐 최종 황산화제품으로 2차가공을 하는 습식제련 후공정은 알파벳 ‘H'가 쓰여진 공장에서 이뤄진다.
셀이 열처리 및 파분쇄 과정을 거치기 전에 공장 밖에 쌓여 있다.

R공장 앞에는 수천개의 페배터리(배터리 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리튬 이차전지와 스크랩을 파·분쇄하는 R 공장은 H 공장보다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수작업이 더 많다고 했다. 3교대로 돌아가는 생산인력 4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R 공장에 배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정 전무는 “폐배터리 셀 약 1만톤을 처리하면 약 6000톤의 블랙파우더가 생산된다”고 말했다.

방전과 해체 과정을 거친 셀들은 열처리 과정을 거쳐 파·분쇄된다. 열처리 공정이 이뤄지는 작업장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후신경을 자극했다. 정 전무는 “시큼한 냄새의 정체는 전해액 때문”이라면서 “전해질은 음극과 양극 사이에서 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배터리 셀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설명했다.

3개의 R동 중에서도 성일하이텍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곳은 'R3'였다. 전기차 전용 팩 모듈을 담당하는 공장이었다. 1년에 약 1만4000톤의 전기차를 해체한 뒤 배터리 파우더까지 만들어 내는 일괄공정라인이다. 아직 본격 생산을 개시하지는 않았다. 성일하이텍은 전기차 전용 라인의 경우 보안 상의 이유로 사진 촬영 자제를 요청했다.

정 전무는 “한국환경공단에서 수거한 전기차 폐배터리가 재사용 검토가 끝나면 1~2년 이내로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국환경공단에서 입찰을 할텐데 그때를 대비해 미리 전기차 전용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굴뚝 없는' 공장, 인상적..."금속 회수율 95% 이상, 자부심"

열처리 공정과 파분쇄 과정을 거치면 폐배터리는 일명 ‘블랙 파우더’라고 불리는 금속산화분말로 변신한다. 블랙파우더는 별명 그대로 검은색 분말가루 형태다.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블랙파우더가 공기 중에 흩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겹의 투명 비닐을 연결 호스로 삼아 톤백(ton bag)에 담겼다. 색깔(검은색)에 가려졌지만 블랙파우더에는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구리 등 배터리의 5대 핵심 원소가 잔뜩 담겨 있을 터였다.

블랙 파우더를 만드는 과정까지가 물리적 전처리 공정이다. 이후 후처리 공정은 황산 등 화학 제품이 투입된다. 다만 공장 건물에서 수증기나 매연을 내뿜는 ‘굴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 전무는 “산업 폐기물로 버려질뻔한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니켈 등을 뽑아내는 재활용 사업 자체가 친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도 유해가스나 물질이 일절 배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처리과정을 거친 블랙파우더가 톤백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굴뚝을 대신해 눈길을 끈 것은 공장마다 연결돼 있는 파이프라인이었다. 블랙파우더와 화학 액체를 섞는 침출 과정과 여과 및 저장 과정을 거친다. 블랙 파우더가 황산 등과 섞여 액체화 되기 때문에 이를 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침출 과정을 거친 배터리 분말로부터 용매추출 등의 공정을 거쳐 최종 황산화제품으로 2차가공 하는 습식제련 공정은 성일하이텍의 자부심이다. 성일하이텍은 배터리 셀에 포함된 주요 5대 금속(코발트, 니켈, 망간, 리튬, 구리)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 전무는 성일하이텍의 5대 금속 회수율이 최소 95%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블랙 파우더가 화학 액체와 섞인 후에는 공장동마다 설치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동된다.

성일하이텍 공장의 하이라이트는 결정화 공정이 이뤄지는 ‘H5'였다. 일렬로 정렬한 톤백에는 차례대로 에메랄드 빛깔의 황산니켈과 주황색 고운 자태를 뽐내는 황산코발트, 그리고 눈처럼 하얀 탄산리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코발트와 니켈, 리튬은 성일하이텍 매출의 80~90%를 차지한다.

*H5 공장에서 자주색 황산니켈 생산품이 빈백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블랙 파우더가 아름다운 유가금속 컬러로 옷을 갈아입는 마법 같은 공정은 아래와 같았다. 파이프라인을 타고 'H5'로 이동한 농축액은 냉각수가 투입된 거대한 기계에서 탈수 과정을 거친다. 이를 ‘호퍼’라고 불리는 육중한 호스 기계가 흡입해 건조 과정을 거치면 총천연색 빛깔로 옷을 갈아입는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H5' 공장에 정렬돼 있는 톤백, 탄산리튬, 황산코발트, 황산니켈.

정 전무는 “탄산리튬은 'H5'가 아니라 ‘H3'에서 생산된다”면서 “코발트나 니켈과 달리 농축액 상태에서 탈수 과정을 거치기 전에 약품 처리를 하고 ’필터 프레스(filter press)‘라고 불리는 큰 거름망으로 찌꺼기를 걸러내는 과정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2공장에서 생산하는 코발트 생산량은 연간 1680톤, 니켈은 2640톤, 탄산리튬과 황산망간이 각각 2400톤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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