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ETF 밸류체인' 새 캐시카우 공략 시장파이 고속 성장, 유동성 공급자 한축…ETF 생태계 타깃
양정우 기자공개 2022-12-28 09:11:4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2일 0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밸류체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룹 계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상품의 선두권에 오른 데 이어 유동성공급자(LP)를 비롯한 시장 조성 영역에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ETF는 일반 펀드와 다른 복잡한 구조 탓에 생태계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시장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장 상품이기에 거래소의 ETF 가격과 실제 순자산 가치의 괴리를 통제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이들 시장 조성자의 수익 규모도 ETF의 성장세만큼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GHCO 인수, ETF 성장여력 초점…유동성 공급, 시장 조성 필수
최근 미래에셋증권 런던법인은 영국 ETF 전문기업인 'GHCO'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금액 4000만달러(약 520억원)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GHCO는 내년 상반기 런던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GHCO 인수는 국내 증권사가 선진국 금융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이지만 눈에 띄는 대목은 따로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과거 해외 ETF 운용사(호주 베타쉐어즈, 미국 글로벌X 등)를 인수해 대박을 터뜨린 뒤로 미래에셋증권이 ETF 마켓메이킹 업체를 직접 사들였기 때문이다. ETF 상품에 이어 ETF 밸류체인 자체에 전방위적으로 다가서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ETF 시장이 구축되려면 운용사와 고객, 거래소뿐 아니라 AP(Authorized Participants: 지정참가회사)와 LP(Liquidity Provider: 유동성 공급자)가 필수다. 두 기관의 역할 덕에 시장지수를 그대로 담은 상장 상품이라는 ETF의 콘셉트가 유지된다. ETF 가격과 순자산 가치는 별개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에 이 두 수치의 차이를 최대한 좁혀야 한다. 이 때문에 ETF를 발행할 때부터 AP와 LP를 지정하고 있다.
AP와 LP는 각각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이런 시장 조성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들 기관의 수익 구조는 차익거래로 요약된다. 예를 들어 특정 ETF의 가격이 순자산보다 높으면 숏 포지션(ETF 공매도)과 롱 표지션(기초자산 매입)을 토대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순자산이 더 높을 경우 숏 포지션(ETF 매입)과 롱 표지션(기초자산 공매도)을 바꿔 차익을 얻을 기회를 가진다.
국내에서는 AP와 LP를 모두 증권사가 담당하고 있다. 2004년 국내 ETF 도입 시점엔 외국계 증권사만 수행하던 사업이었으나 이제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국내 증권사 대다수가 유동성공급자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경우 ETF 밸류체인을 모두 장악한다는 빅픽처 아래 해외 전문기관을 사들이는 강수를 둔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에셋운용, 해외ETF 'M&A 잭팟'…GHCO, 유럽 ETF 생태계 선도
미래에셋증권 관계사인 미래에셋운용이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해 거둔 실적은 화려하다. 2011년 베타쉐어즈를 사들일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매각과 함께 140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베타쉐어즈는 인수 당시보다 수탁고가 100배 가량 늘어났다.
2017년 약 5억달러(6500억원)에 사들인 글로벌X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당시 글로벌X의 운용자산(AUM)은 105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 8월 기준 470억달러로 4배 넘게 늘었다. 지난 6월엔 호주 ETF 운용사 ETF 시큐리티스(Securities)를 인수하면서 인수합병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해외 40여개 국가에서 총 269조원 규모의 ETF를 운용하는 하우스로 거듭났다.
ETF가 '핫'한 인기를 끄는 건 국내 자산시장에 국한된 트렌드가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공모펀드 시장이 ETF로 점차 재편되고 있지만 영국을 비롯한 선진 금융 시장에서는 ETF가 시가총액 최상위에 줄줄이 오를 정도로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렇게 ETF 시장이 고속 성장할수록 생태계의 다른 영역 역시 폭발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GHCO 인수는 국내 유동성공급자 시장에 공세를 벌이는 건 물론 해외 LP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포석"이라며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한 결정처럼 선제적으로 뽑아든 카드"라고 말했다.
GHCO는 유럽 ETF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블랙락, 뱅가드, DWS, 글로벌X 등 18개 ETF 운용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파트너사가 보유한 총 2000여개의 ETF 종목에 1개월 평균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마켓메이킹 시스템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1만4000개의 ETF 종목을 책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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