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바로 입금할 수 있어도 투자 타깃이 비상장사라면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점찍었다면 우선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없어 낙담할 것이다. 비상장사 거래 플랫폼이 부쩍 늘었지만 규제 탓에 투자 제약이 만만치 않다.그래서 삼성동에 위치한 하나금융그룹의 클럽원(WM센터)은 늘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장 '핫'한 딜이어서 웬만한 벤처캐피탈이 끼지 못한 투자에도 참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엔 네이버에서 분할한 '리셀 플랫폼' 크림 딜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자산시장이 폭락한 지난 1년 몸값을 3배 가까이 키운 회사다.
누구나 탐내는 딜을 상품화하는 것도 다른 경쟁 점포는 버겁기만 한 일이다. 하지만 클럽원은 한걸음 더 앞서있다. 유니콘 후보를 일찌감치 선별해 시장을 선도하는 저력까지 쌓고 있다. 이번 크림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은 초기 라운드부터 벌써 세 번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미 유명세를 탄 곳을 공략하는 게 아니다. 이런 차별된 경쟁력을 가진 만큼 그룹에서는 제2, 제3의 클럽원을 만드는 데 목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클럽원 브랜드화는 아무런 대가없이 이뤄지는 미션이 아니다. 삼성동 클럽원이 가진 역량의 근간은 선구자로서 시장을 파고들어 구축해온 네트워크다. 여기서 확보하는 한발 빠른 정보와 피드백을 통한 관리가 핵심 노하우다. 결국 클럽원의 프라이빗뱅커(PB)가 갈고닦은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식하는 게 브랜드화의 성패를 결정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네트워크는 독점적일수록 소유자에게 가치있는 카드다. 같은 지점 동료여도 큰손 고객을 놓고 감정 싸움을 벌이는 게 PB업계의 일상이다. 비상장투자 상품을 다루는 점포라면 소싱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네트워크 역시 영업비밀로 여길 만하다. 인센티브 비중이 큰 PB에게 더 민감한 이슈다.
그럼에도 삼성동 클럽원은 브랜드화의 물결에 수긍하는 건 물론 앞장서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는 비상장투자 PB 육성 프로그램이다. 전국 곳곳의 하나증권 PB를 초청해 직접 이론과 실무를 교육하고 있다. 실효성을 높이고자 미팅에 참여시켜 네트워크까지 공유한다. 전병국 센터장(부사장)이 직접 강연에 나설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부터 파격 조치가 하나 더 추가된다. 이들 다른 지점 PB를 상대로 삼성동 클럽원의 내부 회의와 미팅 요약본이 모두 공개될 방침이다. 화상 회의에 실시간으로 접속하며 업무 보고까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사실상 클럽원 후속 점포가 본점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클럽원의 첫삽부터 총대를 멨던 센터장과 시니어 멤버의 용단엔 어떤 심정이 자리잡고 있을까. 젊은 혈기엔 나누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원숙함을 얻은 이에게서는 더 이루고자 혼자 노력하기보다 스스로 얻은 깨우침을 알려주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기는 행보를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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