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레버리지 분석]한일시멘트그룹에 다시 등장한 '한덕개발'허남섭 명예회장 일가 가족기업, 과거 서울랜드 사명
김위수 기자공개 2023-02-10 10:18:23
[편집자주]
3·4세 젊은 경영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잘 물려받는 법'에 대한 고민도 클 것으로 보인다. 투명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지배회사 지분율 확대 혹은 상속·증여세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더벨은 주요 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어떤 자산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16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시멘트의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 유일한 딸인 허미경씨를 제외한 5형제는 각자 다른 사업을 맡아 이끌었다. 장남인 허정섭 명예회장은 한일시멘트를, 3남 허동섭 전 회장은 한일건설을, 4남 허남섭 전 회장은 서울랜드를 운영하는 한덕개발을 물려받았다. 차남 허영섭 회장과 5남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를 맡았다.한덕개발 회장으로서 경영에 집중했던 허남섭 전 회장은 2012년 급작스레 한일시멘트(현재 한일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허정섭 명예회장에 이어 회장직에 올랐던 허동섭 전 회장이 급작스레 한일시멘트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그룹 경영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허남섭 전 회장이 떠난 이후 한덕개발은 2013년 서울랜드로 사명을 바꾸며 한일시멘트그룹 계열사 이름에서 사라진 이름이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일시멘트의 주주 명단에 '한덕개발'이라는 회사가 다시 등장해 주목된다.

◇다시 등장한 한덕개발, 허남섭 전 회장 가족기업
한덕개발이라는 사명만 보면 언뜻 건설업이거나 건설업 기반 사업을 하는 회사같지만 한일시멘트그룹 소속 한덕개발이 속한 산업명은 '한식 일반 음식점업'이라고 명시돼있다. 요식업을 위한 가족기업으로 파악된다. 허남섭 전 한일시멘트 회장의 아들 허정규(허제이정)씨가 한덕개발의 대주주로 있다. 4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마찬가지로 음식점업을 영위하는 가족기업 세우리와 허남섭 전 회장 및 누나 허정미씨에게 있다.
한일시멘트그룹에서 큰 존재감이 없었던 한덕개발은 지난해 9월부터 그룹의 시멘트 계열사인 한일시멘트의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 한덕개발이 확보한 한일시멘트의 주식은 5만8222주다. 지분율은 0.08%에 불과하지만 허남섭 전 회장의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라는 점, 과거 허 전 회장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사인 '한덕개발'의 사명을 썼다는 점에 관심이 모인다.
다만 지주사가 아닌 시멘트 사업회사의 지분을 샀다는 점에서 그룹 지배력 확보보다는 배당금 수령 등을 위한 차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일시멘트그룹 3세인 허정규씨가 한덕개발을 지렛대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허씨는 1991년생으로 만 31세로 나이가 적은 편이다. 한일시멘트그룹의 주력인 시멘트 계열사나 지주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허남섭 전 회장의 가족회사인 한덕개발, 세우리 등에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울랜드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시작된 3세시대, '형제경영' 유효할까
한일시멘트그룹은 3세경영을 이미 시작한 상태다. 창업주 허채경 명예회장의 장손 허기호 회장(사진)이 2016년 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3세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허 회장의 승진과 동시에 마지막 2세 회장이었던 허남섭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세경영 시절에는 첫째인 허정섭 명예회장이 1992년부터 2003년 초까지 10여년간 회장직을 맡다가 세대교체를 이유로 셋째 허동섭 전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바 있다. 이같은 '형제경영' 사례를 뒤따른다면 허기호 회장 역시 향후 허기수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을 맡기고 명예회장 등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도 허기호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한일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허기호 회장의 지분율은 31.23%, 허기수 부회장의 지분율은 1.15%에 불과하다.
형제경영이 '친척경영'으로 확대될지에도 주목된다. 현재 한일시멘트그룹 3세 중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은 허기호 회장, 허기수 부회장 외에 서울랜드 사내이사인 허정규씨가 있다. 시멘트업과 다소 동떨어진 업종이기는 하지만 허정규씨의 아버지인 허남섭 전 회장 역시 서울랜드를 경영하다가 한일시멘트로 옮겼다. 허남섭 전 회장의 전임인 허동섭 전 회장 역시 서울랜드 사장을 지낸 점도 눈에 띈다.
허정규씨와 더불어 허남섭 전 회장 일가는 서울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테마파크 및 외식업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시멘트업은 허정섭 명예회장 일가가, 서울랜드 및 외식업·레저업 등은 허남섭 전 회장 일가가 맡는 식이다. 대를 이어갈수록 경영에 참여하는 인물이 많고 합의에 기반한 형제경영 고리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른 기업에서도 같은 그룹집단 울타리에서 소그룹을 형성해 친척간 사실상 독자경영을 실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한덕개발은 한일시멘트의 지분 외에도 서울랜드의 지분 7.54%를 보유하고 있다. 또 허남섭 전 회장 가족회사인 세우리 역시 3.23%의 서울랜드 지분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이름을 '차우'에서 한덕개발로 변경한 점도 과거 허남섭 전 회장이 '한덕개발'이라는 이름을 썼던 서울랜드 경영 경험에서 따온 아이디어로 보인다. 서울랜드 및 외식·레저업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안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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