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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모니터]11번가, 액면분할하고 '시동' 다시 걸었다펀더멘탈·시장상황 여전히 침체 불구 FI와 약속에 '연내 상장' 강행할 듯

최윤신 기자공개 2023-02-17 07:35:4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계열의 이커머스기업 11번가가 주식 액면을 분할했다. 본격적인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작업 시동을 건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상장 주관사를 선임하고 상장 시기를 가늠해왔는데, 실제 상장을 위한 실무적인 움직임이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동은 걸었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최근 수요예측을 치른 오아시스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결국 철회하는 등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회사의 펀더멘털도 아직 높은 몸값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11번가가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시한에 맞춰 상장을 강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내 상장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바라본다.

◇ 주당 5주로 액면분할 "상장 사전준비 차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주식 1주의 액면을 5주로 나누는 분할을 단행했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난 13일 교부 절차를 마쳤다. 이에 따라 종전 500원이던 주식 액면가격은 100원이 됐고, 발행주식총수는 1024만7024주에서 5123만5120주로 늘어났다.


IPO를 추진하는 비상장기업의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는 예비심사 청구 전 사전정지작업으로 통한다. 주식의 주당 가격이 너무 높으면 시장에서 주식의 거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유통에 적합한 수준으로 주식을 나누는 것이다. 통상 투자 유치 등을 마무리하고 주식 수를 확정하는 수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상장을 위한 사전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시그널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11번과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물량 조정 등의 사전 작업을 미리 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11번가가 연내 상장을 마치기 위해 조만간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본격적인 상장절차 돌입을 알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약정시기 때문에 상장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번가는 2018년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하며 국민연금·새마을금고와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투자 유치 당시 5년이 지나는 2023년 9월까지 상장시키기로 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 몸값 3조 받아야 하는데...시장에선 "무리"

상장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FI의 투자 가격이 높은데, 현재의 펀더멘털과 증시 상황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2018년 나일홀딩스는 SK플래닛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5000억원을 투입했다. 전환가액이 26만8371원인 RCPS 186만3093주를 인수해 발행주식 총수 대비 지분율 18.18%를 확보했다. 11번가의 기업가치를 2조7500억원으로 평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RCPS에는 IPO시 주당 공모가격이 상장에 따른 거래개시일까지 내부수익률(IRR) 3.5%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가격이어야 한다는 옵션까지 달려있어 실제 달성해야 하는 몸값은 이보다 더 높다.

증권업계에선 11번가의 펀더멘털과 증시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몸값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바라본다. 11번가의 2021년 매출은 5614억원으로 2020년(5456억원) 대비 줄어들었다.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717억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거두긴 어려운 상황이다.

공모주 시장 상황도 개선되고는 있지만 11번가가 달성해야 하는 몸값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아시스의 상장 철회 등으로 1조원 이상의 몸값으로 증시에 입성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임이 입증됐다”며 “일단 IPO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실제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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