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논란]중국 선점한 휴젤, ITC 분쟁에도 글로벌 확장 '이상무'③법률 리스크와 '거리두기' 전략 지속, 모기업 신뢰 속 해외 투자 방점
최은수 기자공개 2023-02-23 11:01:07
[편집자주]
보툴리누스균이 만드는 독 중의 독. 보툴리눔 톡신의 핵심인 균주를 둘러싼 논란이 전환점을 맞았다. 당초 대부분의 업체들은 영업 기밀을 이유로 균주 출처 비공개 기조를 이어왔다. 이들은 국내 1호 업체 메디톡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시장을 뺏긴 '원조의 몽니'로 여겼다. 그런데 대웅제약과의 민사 판결은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대응 전략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톡신 제조사의 균주 출처 관련 리스크와 각사별 대응 전략, 향후 행보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1일 11: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젤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그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로부터 촉발된 법정 공방과 줄곧 거리두기를 이어왔고 국내 경쟁사보다 먼저 중국 진출에 성공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모습이다.대주주 GS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점도 긍정 요인이다. 시장에서 휴젤의 다음 행보가 법률 리스크를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가 아니라는 시각의 근거기도 하다. 전방위적 확전 의사를 밝힌 메디톡스를 통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쟁에 돌입했지만 대웅제약 사례와 쟁점이 다른 부분은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메디톡스 확전에도 무대응 기조 지속… '국내 첫 중국진출' 성과 든든한 배경
메디톡스 측은 국내 민사 1심 판결 직후 "판결을 토대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한다"며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외에, 이미 ITC 소송에 들어선 휴젤을 비롯한 경쟁사 압박에 나서자 각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휴젤은 이같은 메디톡스의 확전 의사에도 기존같이 무대응에 가까운 기조를 이어나갔다. 휴젤 측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소송은 당사와 전혀 무관한 분쟁"이라며 "회사의 기술력과 제품 우수성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휴젤이 절제된 언어로 법률 리스크 확산을 막고 자체 경쟁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중국 시장을 선점한 영향이 커 보인다.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은 그간 꾸준히 국내에서 촉발된 균주 논란과 리스크를 예의주시해 왔다. 이같은 감독 강화 속에서 휴젤만이 중국의 규제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던 부분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휴젤보다 먼저 중국 진출에 나섰다. 다만 이들은 분쟁중이었던 만큼 균주 및 제조공정 등을 비롯한 품질 보증(QA)에 무게를 두는 NMPA의 기조에 영향을 받아 수 년 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사이 임상 후발주자였던 휴젤이 안정적인 데이터, QA 전략을 앞세워 2020년 10월 NMPA의 품목허가를 먼저 따 냈다.
휴젤은 대웅제약의 자체 제품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법원의 지적을 비껴갈 법리도 마련한 상태다. 휴젤은 2001년 성형외과 의사들이 창립한 이후 9년의 R&D를 거쳐 보툴렉스(당시 기준 세계 여섯 번째)를 출시했다. 이후 톡신 후발주자임에도 2016년부턴 국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시장으로부터 기술력을 다 같이 인정받아 왔다.
휴젤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자적인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며 여러 마일스톤을 확보한 것도 법률리스크에 대응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을 높인다. 국내에서 치료 목적 임상에 돌입한 업체는 휴젤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휴젤은 의료기관과의 협업 속에서 족부창상이나 20세 이상 성인 뇌졸중과 관련된 상지경직 등 에스테틱 목적이 아닌 치료목적 임상을 진행중"이라며 "보툴렉스가 다양한 적응증을 확보한 것도 회사의 R&D 경쟁력을 방증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업계 휩쓴 논란 속에도 베인캐피탈·GS M&A 성사…법률 리스크 가늠 척도
시장은 2017년 글로벌 PE인 베인캐피탈, 2021년엔 GS로의 M&A를 휴젤의 사업 리스크를 가늠할 때 좋은 지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앞서 베인캐피탈이나 GS 모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분쟁을 주지했던 만큼, M&A 과정서 균주 논란 및 법률 리스크 전이 등을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휴젤은 두 차례의 M&A에서 평균 30배의 에비타 멀티플(배수)을 인정받았는데 인수자 측에서 추후 균주 관련 법률 리스크를 검토한 뒤에도 높은 몸값을 책정했다는 뜻"이라며 "이는 실사 과정에서 리스크가 없었거나, 있다 하더라도 미래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의미가 적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모기업인 GS 체제에서 해외 투자 확장을 시작한 것도 휴젤이 법률 리스크를 대하는 하나의 대응방안이자 자세로 풀이된다. 휴젤은 올해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로의 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이미 다른 국내 경쟁사를 제치고 중국 시장에 먼저 진입한 성과를 토대로 보폭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로 넓혔다.
휴젤 관계자는 "각국 R&D 및 인허가 작업이 빠르게 결실을 거두면서 보툴렉스 사업 확장을 위한 초석이 다져졌다"며 "적극적인 선제투자와 마케팅을 통한 사세 확장 전략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ITC 분쟁의 경우 합의로 마무리한 메디톡스-대웅제약과는 상황이 다른 점도 관전 포인트다. 대웅제약은 ITC 분쟁 당시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미국 현지 제품도 출시했던 상황인데, 휴젤은 아직 FDA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다. 메디톡스가 휴젤을 두고는 기존과 다른 전략을 수립해 활로를 풀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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