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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풍향계]'준공 장기지연 현실화' 책임준공 토지신탁 사멸 '위기'PF부실사태 이후 2016년 등장, 위험사례 경험 '전무'…신탁업계 가이드라인 '뒷북'

신민규 기자공개 2023-02-27 07:40:33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3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준공 지연 사업장이 늘어난 탓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상품이 사멸될 위기에 처했다. 2010년대 PF 부실사태가 걷힌 후에 등장해 한번도 위험사례가 쌓이지 않은 점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신탁업계가 자체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했지만 대체 시공사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계획 대비 실제 공정률 차이가 5%포인트 이상인 사업장 수가 2021년말 48개에서 지난해 9월 116개로 증가했다. 신탁업계 추정치로 올 1분기말 준공 지연 사업장이 200여곳을 상회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과반 이상이 신탁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맺은 사업장이다.

그동안 책임준공형 신탁상품은 차입형 신탁 대비 리스크가 낮은 상품으로 대접받았다. 공사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지 않고 PF대주가 짊어지는 구조라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신탁계정대여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신탁사 입장에선 책임준공 의무만 이행하면 되고 분양위험도 PF대주 몫이라 부담이 적었다.

실제로 수년간 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사례가 전무했다. 태생 자체가 PF부실사태가 걷힌 2016년께 등장해 위험사례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책임준공 기한 미준수 시 부동산신탁사의 책임범위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최상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하나자산신탁도 '책임준공 의무부담 약정과 관련해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가능성이 높지 않고 손실금액을 신뢰성있게 추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사는 PF 대주 입장에서 손해배상 능력이 높다고 보고 책임준공 상품을 몰아주다시피 했다. 하나자산신탁, 신한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은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모두 높은 수탁고를 유지했다.

문제는 최근 준공 지연 사업장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준공이 지연된다고 해서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직결되진 않지만 시장에선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선 공사비 상승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공사비가 높아질수록 대체 시공사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책임준공형 신탁상품은 공사비 확보를 통해 시공사의 신용리스크를 헤지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공사비가 올라가면 기존 확보된 예산으로 공사가 불가능하고 자연히 시공사도 뽑기 어려워진다.

차입형 상품 대비 사업의 규모는 크고 시공사 사이즈는 작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시장에선 시공능력 100위권밖의 시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책임준공 사업장의 21%는 시공능력 500위를 하회하는 건설사로 집계했다.

시장 관계자는 "중소 시공사가 무너지더라도 대체 시공사로 교체해서 진행가능할 줄 알았는데 신탁사들이 갑작스런 공사비 상승까지는 계산하지 못한 것 같다"며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해 발생되는 미상환 대출원리금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부담이 현실화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초유의 사태에 당황한 신탁사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긴 했다.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신탁사 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가이드라인 골자는 책임준공 미이행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측면이 강했다. 수주 절차부터 대체 시공사 선정, 손해배상시 절차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가이드라인을 통한 자정작용보단 상품의 조기 사멸을 점치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가이드라인을 맞추다보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장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공사비 확보가 안된 상황에서 대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탁사의 책임준공 보증은 공사비 확보가 관건이고 그다음이 시공사의 신용, 분양성 순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 시장은 이 세가지가 모두 어긋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책임준공 의무이행 기한이 분산됨에 따라 위험이 집중되어 나타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분석하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해도 보유 자본 대비 잠재 위험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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