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포트폴리오 재편]'한신증권'과 닮은꼴 M&A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금융 등 이종사업 이식 DNA 성장 밑거름, 미래 먹거리 '제약바이오' 낙점
김선호 기자공개 2023-03-02 08:12:34
[편집자주]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이 인수합병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외식사업 확장과 맞물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 등 제약바이오 문까지 두드리고 있다. 제약바이오의 경우 연관 계열사가 전무한 신사업이다. 딜이 성공하면 수산·식품·포장·물류에 이어 외식·바이오까지 포트폴리오를 장착하게 된다. 향후 전개될 동원그룹의 포트폴리오 재편 시나오리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7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면서 이종사업인 금융업에 진출했고 41년 후인 올해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추진하면서 제약바이오로 저변을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50년을 연 동원그룹의 새 엔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동원그룹의 사업형 지주사로 거듭난 동원산업은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와 관련해 보령파트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단독으로 보령바이오파마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은 보령바이오파마의 주된 사업목적이 백신제제의 제조와 판매라는 부분이다. 수산업으로 시작해 식품·포장·물류 등 4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동원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이종사업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명예회장서부터 이어진 이종사업 '도전'
동원그룹의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1982년 원양어업을 위한 선박을 구매하는 대신 71억원에 한신증권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원양어선 한 척 값이 80억원 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포기하고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M&A를 진행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민영화에 따라 한신증권이 매물로 나왔고 동원그룹은 태평양화학과 미륭건설과 인수전을 벌였다. 최종 동원그룹 품에 안긴 한신증권은 1994년 동원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계열 분리에 나선 동원금융지주가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했다.
동원금융지주는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합병하고 손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동원투자신탁운용도 합병시켰다. 이 과정을 거쳐 동원그룹 창업주의 장남 김남구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의 모습이 됐다.
동원그룹은 이어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이끄는 체제가 됐다. 그는 1996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동원산업 영업부에 입사해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를 거쳐 2014년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에 올랐다.
동원그룹은 동시에 M&A로 본업인 원양어업과 식품 관련 사업 몸집을 키워나갔다. 2022년에는 주력 계열사 동원산업이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며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미래 '투트랙 투자', 제약바이오는 미래 먹거리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을 사업형 지주사로 변경하면서 친환경 스마트 연어 양식, 스마트 항만 사업 등을 위한 선제적 투자,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등을 진행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보면 최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보령바이오파마는 계획된 투자 리스트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 일단은 주력 사업과 관련한 투자를 진행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전 방위적으로 떠오르는 산업군을 물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투자는 투트랙으로 이뤄진다. 이는 '본업을 버리는 자는 망하고 본업만 하는 자도 망한다'는 김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신 성장 동력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2020년 KAIST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한 김 명예회장은 "대항해 시대에는 선박이 주역이었지만 데이터의 바다에서는 AI가 미래"라며 "시대는 바뀌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어장을 찾고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향해 도전하는 본질은 같다"라고 말한 배경도 이와 같다.
이를 이어받은 차남 김 부회장도 평소 임직원에게 "과거에 대한 검색, 현재에 대한 사색을 통해 미래에 대해 탐색으로 이제는 질적·양적 성장을 함께 도모할 때"라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은 투 트랙 중 동원그룹의 '미래'에 해당되는 투자인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한신증권 인수를 결정했던 것과 같이 이종사업에 도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고객의 건강에 기여한다는 목적에 맞춰 이번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최종 인수 여부는 실사를 진행한 후에 이뤄질 예정으로 현재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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