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디테일]밸로프, 선제적 조달로 곳간에 현금 쌓는 이유는②상장 두달만 유동성 추가 수혈, IP 발굴 실탄 마련
김소라 기자공개 2023-03-06 08:12:07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 유통사 '밸로프'가 유상증자로 선제적 자금 보충에 나섰다. 지난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지만 상장 비용 등 자금적 부담이 뒤따랐다. 최근 현금을 쌓아두는 보수적 재무 전략을 견지하며 상장 2개월만에 추가 조달을 택했다.밸로프는 2일 유상증자를 통해 26억7100만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했다. 게임 IP(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게임 개발사 '네오위즈'가 신주 전량을 소화했다. 자금 납입 후 발행 신주는 오는 16일 상장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밸로프는 최근 반년간 자금을 조달하는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코스닥 상장이 대표적이다. 당해 4월 '교보9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와의 합병을 결정, 스팩을 통한 상장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86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됐다. 이어 지난달엔 금융기관에서 60억원의 자금을 신규 차입하기도 했다. 이번 유증도 이러한 조달 흐름 속에 이뤄졌다.
이같은 조달 정책의 배경으론 운영비 확대에 따른 유동성 부담이 꼽힌다. 밸로프는 현재 신규 게임 IP 확보를 통한 리퍼블리싱(재발매) 서비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총 100억원 규모의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상장 준비 당시 합병으로 유입될 총 자금의 약 42%를 IP 확보 작업에 배정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자금 활용 계획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스팩 상장에 따른 비용 부담도 작용했다. 밸로프는 법인 합병 등 코스닥 상장을 위한 비용으로 총 21억2100만원을 지출했다. 합병으로 유입된 신규 자금 중 약 4분의 1이 상장 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스팩 상장은 일반 IPO(기업공개) 대비 증권사 인수·자문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높은 편이다.
실제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밸로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직전년도 대비 34% 감소한 15억36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리퍼블리싱 게임 신규 출시 등으로 전년대비 55% 증가한 30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합병 비용 등 영업외비용이 일시에 빠져나간 탓이다. 영업이익(33억2300만원)과 비교하면 순이익은 반토막났다.
밸로프가 선제적으로 자금 보충에 나선 것은 최근의 재무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밸로프는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된 지난 2021년부터 보유 현금을 단기 예금에 쌓아두는 재무 전략을 시작해왔다. 당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총 20억원이 단기 금융상품을 취득하는데 빠져나갔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론 80억원까지 금융상품 취득 금액을 늘렸다.
이는 게임 기업 특유의 재무 정책과도 흡사하다. 게임사들은 신규 게임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등 재무구조 변동이 크다 보니 사업 측면의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부문에 힘을 싣는 경우가 많다. 지분증권이나 은행 금융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밸로프는 현재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식은 없다는 입장이다.
밸로프는 향후 보유 현금을 토대로 IP 확장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현재 소수 게임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는 구조다 보니 신규 IP 발굴에 대한 니즈가 큰 상황이다. 실제 2021년 기준으로 총 20개 게임 가운데 상위 5개에서 전체 매출액의 60% 이상이 발생했다. 밸로프는 지난해 상장 당시 "다양한 매체 및 커뮤니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국내외 게임 개발사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주요 게임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율촌 그룹대표 전격 교체, 기업법무·금융 ‘박재현·신영수호 출항’
- 지주사 전환 취소 빙그레, 초조했던 '2개월'
- [서울보증보험 IPO]밸류에이션 38% 하향…상장 완주 의지
- 고려아연, '영풍 빼고' MBK에 화해 제스처...반응은 '냉랭'
- 산은, 정치리스크 우려 불구 아시아계 SSA서 안밀렸다
- '장기휴면' 회사채 발행사 속속 복귀…무림페이퍼도 동참
- [서울보증보험 IPO]상장 재수 본격화…올 두번째 코스피 주자 '유력'
- 쿼드운용, 한국단자공업에 주주서한…최대주주 설득 관건
- [헤지펀드 해외주식 시대]"해외주식 전문가 모십니다"…치솟는 매니저 몸값
- [PB센터 풍향계]NH프리미어블루, 헤지펀드 운용사 모았다
김소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원전 생태계 리뷰]미청구공사 쌓이는 한전기술, 단기 현금 순환 '압박'
- [원전 생태계 리뷰]한전기술 '완연한 회복', 중장기 성장 플랜도 '밝음'
- [분할 그 이후]DB하이텍, 풍부한 유동성 발판 재투자 '자신감'
- [분할 그 이후]DB하이텍, 팹리스 '오픈 효과' 아직…업황 악화에 '발목'
- [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이익 확보 제동' GS칼텍스, 그룹 연쇄 부진 충격파
- [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현금 변동성 커진 GS글로벌, 자회사 약진 덕 볼까
- [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고비 넘긴 GS건설, 차입 의존 낮추기 '과제'
- [theBoard League Table]분리된 현대백화점 계열사, 개선 의지는 '선두'
- [theBoard League Table]선두 치고 나간 크래프톤, 넷마블-넥슨은 '고전'
- [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효자' 호텔 떼낸 GS리테일, 변동성 확대 제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