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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취소 빙그레, 초조했던 '2개월' 경영 효율성 강화 목적에도 '승계 도구' 해석 부담, 지배구조 개편 원점으로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24 17:47:36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1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 약 2개월만에 철회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인적 분할' 방식 카드를 들고 자사주 소각도 약속했다. 다만 지주사 체제 발표 후 기업가치 중복 이슈와 오너가 지배력 확대 수단 등의 지적이 나오자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 제고 방식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원점에서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24일 빙그레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이사회를 열고 분할 계획서 철회 안건을 승인했다. 2024년 11월 22일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결의한 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추진한 결과다. 이사간의 상호 토의를 진행한 후 출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됐다.

빙그레 측은 명확한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추후 사업 전개 방향이 가시화 된 후 인적 분할 및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체계적인 준비 없이 지배 구조 개편을 추진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빙그레는 인적분할을 통해 빙그레홀딩스(존속회사)와 빙그레(신설회사)로 나눈 후 빙그레를 재상장 시키는 밑그림을 그렸다.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 승인을 받고 같은 해 5월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분리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계획대로 절차를 마치면 빙그레홀딩스는 신사업 투자와 자회사 관리에 주력하고 빙그레는 유가공 음·식료품 생산 등 본업에 집중하는 구조가 마련된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된 후 지주사와 자회사 모두 상장이 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주사의 가치는 사실상 주력 자회사의 가치가 반영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면 모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빙그레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오너 일가 관련 이슈로 풀이된다. 기업의 지주사 전환은 대부분 승계로 연결하는 시각이 짙다. 후계자가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초 김호연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김동환 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해석에 불을 지핀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에 자사주 마법 등을 차단하기 위해 물적분할보다 논란이 적은 '인적 분할' 방식을
선택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인 자사주 100만9440주(총 발행주식의 10.25%)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적분할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빙그레 인적분할 후 빙그레홀딩스는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대주주→빙그레홀딩스→빙그레 구조가 된다. 기존주주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40%에 달한다. 사실상 오너일가가 지주사의 지분을 더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었다.

작년 11월 기준 빙그레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3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재단법인 김구 재단이 2.03%, 주식회사 제때가 1.99%를 들고 있다. 제때는 가족 회사다.

현물 출자를 통해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빙그레 주식이 빙그레홀딩스 주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오너 가족이 지주사 지분을 취득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의 지배력을 확대하게 되는 순서다. 이에 따라 지주사 전환은 결국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이라고 해석이 됐다.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우선 순위로 뒀으나 승계 논란이 더 점화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빙그레 측은 "인적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이전에 좀 더 명확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추후 사업 전개 방향이 가시화된 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분할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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