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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다이렉트인덱싱 포문]'지수사업' 뚝심으로 완성, ETF 판도 변화 주목①시장 선점, 운용업계와 헤게모니 싸움 본격화

윤기쁨 기자공개 2023-03-09 08:18:09

[편집자주]

NH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펀드매니저를 거치지 않고 맞춤형 '나만의 ETF'를 제작하고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신규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금융투자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다이렉트인덱싱을 NH투자증권이 가장 먼저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과 차별화 전략을 더벨이 상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6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패시브와 액티브를 넘어 펀드매니저 개입 없이 개인이 직접 ETF(상장지수펀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다이렉트인덱싱은 당초 자산운용업계에서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지만 뜻밖에도 NH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서비스를 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이렉트인덱싱은 본인 성향에 따라 직접(다이렉트) 나만의 지수를 만들어(인덱싱) 이를 100% 추종하는 ETF를 만드는 구조다. 기존 지수들의 구성 종목을 바꾸거나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개인화 상품이기 때문에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고 △본인 계좌에서 개인이 만든 지수 종목들이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매매된다는 점 등이 다르다.

ETF 운용 주체인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부터 다이렉트인덱싱에 초점을 맞추고 서비스 진출 계획을 알려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액티브 이상의 유연하고 초개인화된 상품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NH투자증권에게 선두를 뺏기며 운용 방식은 물론 ETF 소비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이 다이렉트인덱싱 개발에 가장 먼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3년 전 시작한 '지수(인덱스) 신사업'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수사업 인프라로 다이렉트인덱싱 선점, 자체 개발 승부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는 다양한 샘플 지수 정보를 공급하는 '지수사업자'와 해당 지수의 구성 종목들을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사', 지수 종목들의 포트폴리오 매매 및 리밸런싱 체결을 담당하는 '증권사(위탁매매업자)' 등 3사가 필요하다.

운용사들이 구상했던 모델은 AI(인공지능) 핀테크 업체와 협력해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고객이 이곳에서 맞춤형 지수를 만들면 이들과 제휴를 맺은 증권사가 지수 포트폴리오에 대한 매매 주문을 처리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지수사업자', '플랫폼사', '위탁매매업자' 지위를 모두 가졌기 때문에 타사간 협력 없이도 자체 인프라를 통해 서비스 개발이 가능했다. 2019년 10월부터 시작한 지수(인덱스) 사업은 이를 위한 토대가 됐다.


ETF는 지수를 추종해(패시브형 90%, 액티브형 70%) 움직인다. 운용사들은 상품 출시를 위해 지수사업자에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지수 산출을 요청한다. 이후 지수 개발이 완료되면 운용사는 일정 사용료를 내고 이를 추종하는 상품을 내는 방식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지수사업자는 한국거래소(지수 브랜드명 KOSPI, KOSDAQ, KRX)와 에프앤가이드(FnGuide)가 독점하는 체계였으나 금융당국이 파생시장 혁신·상품 다양화 정책 등을 이유로 규제 빗장을 풀면서 독점 시장이 깨졌다.

시행규칙 완화로 민간 사업자도 지수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지만 실제 지수 상품화를 위해서는 △지수 사업 2년 이상 △5명 이상 전문인력 △20개 이상 지수 라인업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신규 진입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충족하기 어려운 기준이었다.

그럼에도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전략기획실 직속으로 인덱스 개발 TFT(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당시 최창규 리서치센터 팀장(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본부장)의 적극적인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ETF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한국형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모델 구축, 증권사 수익 다각화 시도라는 목적들이 맞물린 결과다. 최창규 팀장이 이끈 인덱스 개발팀은 2020년 5월 정식 부서로 승격하며 안정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잡았다. 지수 브랜드명은 'iSelect'다.

◇'iSelect' 3년 결실, 운용사 주도 ETF 시장 지각변동 여부 '주목'

NH투자증권은 3년 전 시작한 지수사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 이외에 금융투자업자 중 유일한 지수사업자로서 실제 상품화를 통한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현재까지 iSelect는 36개를 출시한 상태다. 'iSelect K-강소기업 지수', 'iSelect ESG강소 지수', 'iSelect 배터리 리사이클링 지수', 'iSelect 메타버스 지수', 'iSelect 리츠 지수', 'iSelect 원자력 지수', 'iSelect 우주항공UAM 지수', 'iSelect QV Global EMP TR', 'iSelect-WG 탄소중립 ESG 지수' 등이다.

iSelect를 활용한 ETF 및 ETN(상장지수채권)은 'HANARO 원자력 iSelect', 'KBSTAR 글로벌원자력 iSelect',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 'ARIRANG 글로벌D램반도체 iSelect', 'QV iSelect 글로벌 EMP', 'QV iSelect-WG 그린에너지 ESG', '하나 iSelect-WG 탄소중립 ESG' 등 약 20개에 달한다.

다만 현재 NH투자증권이 제공하는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에서는 자사 애널리스트의 검수를 거친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2차전지, 우주항공 도심항공교통(UAM) 등 11종 iSelect 만을 샘플(기초)지수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후 계속해서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지수를 다양하게 제공해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넓힐 계획이다. 당사가 직접 지수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직접 테마 지수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iSelect 이외에도 한국거래소의 KOSPI, KOSDAQ과 같은 기본 시장지수들도 선택해 취향껏 종목을 추가·제외하거나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며 “복잡한 과정을 싫어하는 투자자는 기출시돼 있는 286 종류의 (샘플) 컨셉을 보고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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